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일명 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항공사 객실승무원에 대한 노동인권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9일 국회의원에서 열린 ‘항공승무원의 인권을 말하다’에서 김종진 연구원은 항공사 객실승무원 직무수행의 핵심업무는 비상탈출- 안전보안업부- 승객지원- 기내서비스순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와 일반고객들의 현실인식이 기내 서비스와 승객지원을 우선 핵심업무로 인식하고 있어 직무수행과 전반적인 업무수행과정 모두가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예전에는 기내 면세품으로 담배를 판매했다. 그때 담배가 다 팔려서 (다 팔렸다고) 안내를 했는데 마침 저쪽 카트에서 담배가 왔다. 그래서 손님께 드렸는데 담배를 들고 저를 때리려고 했다.” “승객이 큰 소리를 치고 소란을 피운 적이 있다. 다른 승객들까지 ‘오늘 여기 정신병자 탔냐’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우리는 다른 분들께 죄송하니까 일단 무조건 사과한다. 그때 무릎 꿇고 사과했다.” 는 승무원 면접 조사 사례를 들었다
또한 “1등석일수록 숙련된 승무원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1등석 고객들이 “요즘 왜 여기 늙은 것들만 배치했냐”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항공사는 ‘예쁜’ 승무원들만 1등석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반면 경력이 쌓인 승무원들은 음식을 만드는 후선 쪽에 배치돼 고객들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고 김 연구원과의 면접조사에서 밝혔다.
항공사는 승무원의 신체와 관련된 것들까지 세세하게 통제하고 있다.. 실제 규정에는 “담배나 커피 등에 의한 착색이 심한 경우에는 치아 미백관리를 통해 깨끗한 치아를 유지한다” “새치머리와 흰머리인 경우에는 반드시 지정 색상으로 염색한다” “곱슬머리의 경우 반드시 웨이브를 펴서 손질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항공사의 평가제도 때문에 이를 제기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이 칭송/불만 제도라고 김종진 연구원은 지적했다. 해당 평가는 승무원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해 외부고객으로부터 감사 또는 격려 등을 전달받는 것을 말한다. 불만은 반대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회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시아나 항공과 대한항공 모두 이 평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승무원 경력 15년차로 근무중인 권수정 전지부장은 근무시간, 휴일, 휴가 사용등에서 노동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제기했다.
항공승무원은 비행 정보나 지시사항 등을 전달받는 ‘SHOW UP’ 시간 전에 출근해 업무를 하지만 근무 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악천후나 항공기 결함 등으로 추가 근로가 발생해도 연장 근로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달 또는 40일전에 비행 일정표는 미리 배포되긴 하지만 수시로 변경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동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휴일도 불규칙하다. 휴가를 사용하려 해도 두달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선착순이지만 몇명이 휴가를 받았는지 회사 측에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상보다 낮은 평균 0.8기압인 항공기 안에서 근무하면서 재해 발생은 많은 반면, 인사 평가제도를 통해 병가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고 제기했다.
이밖에 인턴 제도 악용과 지나친 외모와 복장 기준, 전염병 노출 등 위험 노동에 대한 방어권 없음, 기내판매 강요, 감정노동, 채용 및 업무 배치 시 남녀차별 일상적으로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왕상무 사건이나 땅콩 회항 사건 등 외부로 불거진 사례들은 승무원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많은 사례 가운데 극히 소소한 사건일 뿐”이라며 “국민의 안전한 항공 여행을 위해서는 항공 승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엄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당국의 강도 높은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주 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역시 제시된 자료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노동기본권 위법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문제, 휴일 휴가사용, 산재미적용 등 위법소지를 지적하며 “광범위한 노동실태 조사가 필요하고 위법사항이 존재할 경우 노동부를 통한 시정지시 및 법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항공사가 기내서비스에 치중하는 승무원 근무 지침을 바꾸지 않는 한 승무원들의 감정노동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지었다. 김종진 연구원은 “항공사 업무 규정과 직무 재설계가 필요하며 승무원 서비스 매뉴얼과 지침에 명시된 과도한 감정노동 관리도 전면 재검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실, 김경협 의원실, 이미경 의원실, 이인영 의원실,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가 함께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