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박근혜 정부의 ‘가짜’ 정상화에 저항했다가 임금을 동결하라는 지침을 받은 13개 기관의 노동자들이 해당 지침이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박해철 부위원장은 “정부가 앞으로는 임금 인상을 이야기하며 뒤로는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단계 정상화를 성과주의를 도입하여 기관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노동조합을 약화시켜 종국에는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인단을 대표해 우지연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임금동결 조치는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근로조건을 제3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도록 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조치를 예정하고 있어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 단체협약체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위헌적인 것’이므로 확인을 구한다”며 청구의 취지를 밝혔다.
다음으로 임금동결 지침으로 노사관계가 파탄에 이르고 있는 두 사업장의 증언이 있었다. 공공연구노조 수리과학연구소지부 최연택 지부장은 “부채도 없고 복지도 공무원 수준보다도 낮은 지부에게 일방적인 복지삭감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임금동결까지 시키려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박경득 분회장은 “병원이 정상화 미이행을 피하기 위해 단협 해지를 통보하고, 모든 부당‧불법행위를 동원하여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동조합이 이를 비판하고 나서자 병원은 오히려 임금동결이냐 단협해지냐 양자를 택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임금동결지침이 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의 박탈과 노사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알렸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대표단이 헌법재판소로 들어가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단체협약 무력화하는
임금동결지침 위헌이다!
헌법 제33조는 노동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과 단체행동을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앞장서야 할 정부가 헌법을 부정하고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1월 16일 2014년 말까지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13개 기관의 2015년 임금을 동결하고 올 6월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16년 임금도 동결할 것을 결정하였다. 13개 기관의 노동자들은 올해 임금교섭을 하기도 전에 정부로부터 임금 동결을 통보받았다.
이에 따르면 13개 기관의 노동자들의 임금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이미 정해지게 된다. 2015년 임금에 관한 단체교섭이 주어진 조건을 수용하는 형식적 절차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임금동결지침이 2015년 임금에 대한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임을 주장하며 헌법 소원을 청구한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지침이 “내부적 지시로서 유도적 기준에 불과하다”거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을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 해 왔다.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침은 특정 기관에 대한 임금동결을 지시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불이익이 명시되어있고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지침으로 내려진 인건비 인상율을 초과한 사업장에 대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차기년도 인건비 예산에서 초과한 만큼을 제하는 식으로 인건비 인상율 지침을 강제해왔다. 심지어 정부는 최근 철도공사의 직급별 정원이 초과되었다며 인건비를 삭감하도록 조치를 내렸고 철도공사는 이에 따라 인건비 예산을 삭감하여 편성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13개 사업장의 경영진은 2015년 임금이 동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관의 경영진의 예산편성과 노동자들의 임금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 지침이 공권력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공권력일 수 있겠는가? 직접적인 물리력의 행사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이번 지침이 헌법소원의 대상임은 너무도 명명백백하다.
정부는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도 개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임금 인상을 이야기하며 뒤로는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더구나 노동조합이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잘 알려 진 사실이다. 한국과 같이 노동조합 조직율도 낮고 단체협약 적용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임금수준이 낮고 불평등이 심각하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 임금 인상과 소득 불평등 해소의 의지가 있다면 노동조합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여 모든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정당한 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앞으로는 개혁을 외치며 뒤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용이하게 하고 단체협약에 대한 일방적 개악 지침을 내리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가 과연 내수진작의 의지가 있는지,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더 이상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좌시할 수 없다.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조롱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 노동조합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위법한 임금동결 지침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법적 대응은 물론 현장 투쟁으로 지침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또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 공공기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노동자 죽이기’ 노동시작 구조개악에 맞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자가 함께하는 ‘노동자 살리기’ 운동에 나설 것이다.
- 노동기본권 침해‧단체협상 무력화, 임금동결지침 위헌이다!
- 복지삭감‧단협개악 강압하는 정상화대책 위헌이다!
- 헌법질서 무시하고 노동조합 탄압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
2015년 3월 23일
공공기관 정상화 미이행 기관 임금동결지침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