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안전하십니까①] 버스·화물·택시의 안전 상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위험사회입니다. 국가안전처가 만들어 졌다곤 하지만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기미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 옆의 세월호를 짚어봅니다. 도로와 철도, 지하철 등 육상교통에도, 가스와 원자력 등 안전기관에도, 의료와 해운에도 또 다른 '세월호 참사'의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과 공동으로 시작하는 '공공안전 실태와 대안' 연재를 통해 그 위험성의 실태와 대안을 찾아보려 합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대중교통사고, 개인의 실수라고만 치부해도 될까? 지독하게 운이 없는 누군가의 운명으로 이해하기에는 구조적인 위협요소가 분명하다. 4·16 세월호 참사가 이미 그 사실을 슬프게 알려줬다. 
그럼에도 4·16 세월호 참사와는 같은 일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버스·화물·택시 운송업과 같은 도로교통도 마찬가지다. 구조에서 비롯된 교통사고, 막을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로교통의 안전 위협하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

사고를 불러오는 제일 첫번째 구조는 장시간 노동이다. 업종과 관계없이 도로교통 종사자의 장시간 노동은 보편화돼 있다. 노선버스의 월 평균 운행시간은 253.9시간(2012년 기준)이나 된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1일당 8시간, 1주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운수업은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명시된 연장근로에 대한 특례로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장시간 노동의 일상화를 법이 허용하는 셈이다.

버스업종에서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핵심적인 이유는 버스 대당 운전인원이 부족해서다. 대당 운전이원이 모자라니 기존 인원들이 초과노동을 해야 한다. 시내버스는 버스대당 인원이 1.96명, 농어촌버스는 1.33명, 시외버스는 1.32명, 고속버스는 1.50명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표준운송원가 상 운전직의 대당인원은 2.77명이다. 그러니 현실은 이에 턱없이 모자란다. 임금수준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비농 전산업 대비 65.3%(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낮은 임금수준을 만회하려면 초과근로를 해야하는 구조다.

버스업의 전체 교통사고는 연간 7000건에 이르며 1만1000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버스준공영제 실시지역보다는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경기도와 같은 민영제 지역에서의 사고율이 더 높다. 장시간 저임금이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세버스는 운영 관련한 규제완화가 시작되면서 수송인원은 대폭 늘었지만 업체들 또한 난립하게 됐다. 그 결과 1993년에 전세버스 1대 당 수송인원이 1만1106명이었는데 2012년에는 6050명으로 줄어들었다. 거의 두 배 이상 감소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의 무리한 운행이 만연해지게 된 것이다.

업체들은 수익확보를 위해서 운전자들에게 장시간 저임금 운행 강요하고 있다. 2013년 운수업조사보고 통계에 의하면 2013년에 전세버스 종사자들의 1인당 급여는 연간 1430만 원에 불과했다. 노동시간도 300시간 가까이 육박했다. 성수기 때는 대기시간을 포함해 매일 15시간씩 일을 한다.

노동조건이 좋지 않다 보니 전세버스 업종의 이직률이 대단히 높다. 업체들은 성수기 때를 중심으로 미숙련·임시직·무자격 기사들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실제로 2008년도 6309건이었던 사고는 2012년에 1만3972건으로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고 5년 간 3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화물운송업도 장시간근로는 마찬가지다. 2013년 4분의 4분기 일반화물 운전자들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296.2시간이다. 개별화물 운전자들은 257.6시간, 용달화물도 232.9시간으로 조사됐다. 화물 업종별 노동자들의 시간당 순수입도 비농 전 산업 대비 낮다. 일반화물은 비농 전 산업의 시간당 임금의 39.9%, 개별화물은 36.2%, 용달화물은 19.7%에 불과했다.

화물업종에서 장시간 저임금이 야기되는 원인은 운임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이마저도 다단계 하청으로 인한 중간착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운송비용은 매년 오르고 있다. 차주로서 차를 관리해야 하는 화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과적 및 과속을 통해서 수입을 만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로, 과적, 과속이 일상화되면서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화물차 교통사고는 연 평균 3만 건에, 사망사고 발생건수도 1125명에 이른다. 

 

▲ 화물업종 기사들은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린다.

택시운송업은 어떨까.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차량대수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수송수요는 대폭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법인택시노동자들은 월 230시간에서 300시간(1인 1차제 경우) 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임금도 월 120만∼150만 원에 불과하다. 법인택시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해야지만 겨우 사납금을 메우고 개인수입을 일정정도 가져갈 수 있다.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서 택시업종에서는 연간 2만5000여 건의 사고와 3만5000여 명의 사상사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법인택시의 사고건수와 사상자가 개인택시보다 2~3배 더 많았다. 장시간 저임금이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장시간 저임금을 유발하는 사납금 제도가 사고의 주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비직 안 쓰거나 외주화…화물차 중 50%는 10년 넘은 '노후차'

버스준공영제 버스정비직들은 표준운송원가의 표준정산 허점으로 인해서 과소고용 및 비정규직에 내몰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시내버스업체들은 정해진 기준보다 200명 정도를 적게 고용해서 연간 44억 원의 정비직 인건비를 유용하고 있다. 인력부족이 만성화되어 예방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고장이라도 나면 사후정비에 급급한 상황이다. 마을버스와 농어촌 버스의 정비 실태는 파악조차 안 된다.

전세버스업은 정비의 외주화와 점검 부실이 만연화 되어 있다. 업체들은 비용이 발생하는 정비를 최소화하거나 외주화하고 있다. 지입차주들의 전세버스는 거의 방치되고 있다. 차량 연한이 연장되거나 폐지되면서 차량의 노후화도 심각한 편이다. 10년을 넘긴 화물차가 전체의 50%에 달한다. 9년을 초과한 낡은 전세버스도 전체 대비 12%나 된다.

반면, 안전관리제도들은 규제완화와 수익성 이유로 폐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교통안전관리자 의무고용 제도나 일반교통안전진단제도가 대표적이다. 제도의 관리부실과 처벌이 약하니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면 안전진단결과, 개선 사항이 발생해도 업체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강력한 처벌 조항이 없는 것이다. 중대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운수업체는 관대한 처분만 받는다.

도로의 안전 민간에 맡기지 말고 '공적운영체계' 확대되어야

사실 도로교통에서 장시간 저임금이 만연한 핵심적인 이유는 민간중심의 운영체계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도로교통은 공적운영체제가 확대되어야 한다.

노선버스업은 중앙정부 지원 하에 업종별로 대폭적으로 인원충원이 필요하다. 버스정비직은 준공영제에서는 표준운송원가대로 고용과 임금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영제도 버스준공영제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버스공영제다.  

▲민간중심의 운영체계가 핵심 문제다.

전세버스업도 준 대중교통의 기조를 가지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정책선회가 필요한 것이다. 지입제 해소를 위해서는 운송사업면허에 대한 소유권을 지입차주들에게 옮기도록 해야 한다. 대신 면허를 소유한 차주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이를 어길 시, 면허 취소 등의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이나 지방정부가 출자한 회사나 공사를 설립해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화물운송업의 지입제 문제의 해법도 마찬가지다. 다단계하청으로 인한 저임금문제는 표준운임제를 도입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면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장할 수 있다. 또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근로자 지위도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화물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다.

택시운송업은 월급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전액관리제를 도입하면 가능하다. 그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정액 사납금 하에서 택시노동자들의 순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택시사업주들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택시감차 등의 수급조정도 실효성이 있게 되어야 한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안전관리제도의 강화가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교통안전관리자의 의무고용제도와 일반교통안전진단제도 등을 다시 운영해야 한다. 위·수탁으로 관리되는 화물운송업체도 안전진단과 관리규정 심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통사고 원인 제공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사업체 스스로 교통사고의 원인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화물은 과적을 강요하는 화주와 사업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것이 절실하다. 아울러 도로법 개정을 통해서 과적단속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지금도 도로에서는 소규모로 4·16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는 희생을 당하고 있고 누군가는 유족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비극은 운이 나빠서라든지 개인적인 실수에서부터 비롯된 것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노력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비극이다. 

 

-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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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사회공공연구원과 함께 프레시안과 레디앙에 '공공부문 안전 연속기고'를 주1회씩 6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그 첫회로 프레시안(4.22)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