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의 얼굴, 용천수의 보전 관리 방안

제주환경운동연합

 

지하수의 얼굴, 제주의 용천수

용천수는 지하수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땅속에 있는 지하수의 모습을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지표로 나오는 용천수를 통해 대략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용천수가 말라가고 있다면 땅 속의 지하수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용천수가 오염되었다면 어떤 요인으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용천수의 수량과 수질 보전도 지하수 보전관리와 동등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용천수는 제주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므로 문화재 관리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용천수의 법적 장치는 매우 미흡하다. 현재의 제도로서는 용천수를 보호할 수 없다.

제주도에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강’이 없다. 하천은 한라산을 기준으로 남북 방향으로 많이 분포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강’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의 이미지 속에 강이란 늘 유유히 물이 흐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주도의 지형․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한라산을 정점으로 해안까지 가파른 경사를 갖고 있고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지질적 특성 때문에 비가 오면 빠른 속도로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그마저도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하천은 ‘건천’이다. 비 올때만 흐르는 하천이다. 물론, 외도천, 산지천, 강정천처럼 하류에서 물이 흐르는 곳도 있고 학림천이나 돈네코처럼 중산간쪽에서 물이 흐르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제주의 하천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육지부처럼 강을 이용하여 식수를 마시거나 논을 조성하지 못했다. 따라서 주민들은 용천수(샘물,산물), 봉천수(빗물), 항을 용수원으로 사용했다. 빗물을 받아 쓰는 유형에 따라 지붕 위에 내린 빗물이 집가지(처마)를 통하여 떨어지는 물을 ‘지신물(지샛물)’이라 하며, 나뭇가지로 받은 물을 ‘촘받은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제주민들은 물을 귀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광령리의 행중이물>

 

이중 용천수는 해안주변의 용출수와 고지대의 용천수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땅 속을 흐르던 물이 샘으로 솟아난 것을 말한다. 물은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에 샘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고 마을은 다시 샘을 공동으로 조심스럽게 관리하면서 물을 이용했다. 용천수는 단순히 식수만이 아니라 목욕이나 빨래, 우마 급수용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용천수는 90% 이상이 해안에서 용출되기 때문에 제주도의 자연마을은 주로 해안에 형성되었다.

해안 지역 용천수 중에서 바닷가의 조간대나 해발 5m 이하의 지점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만조 시에는 바닷물에 잠기기 때문에 담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제주인들은 조간대의 용천수를 많이 활용해왔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만큼 식수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알 수 있다.

용천수나 봉천수, 항을 이용하던 제주의 전통적 물 이용방식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제주시가 본격적으로 상수도사업에 착수하여 금산수원개발사업을 시작한 1953년부터였다. 이 사업을 통해 1957년부터 하루 141톤의 수돗물을 제주시에 공급하는 것으로 제주상수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는 자연적으로 나온 용천수를 이용하던 시기였다. 1961년부터는 관정굴착을 통해 지하수를 개발해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1964년까지도 상수도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제주도민은 전체 제주도 인구의 약 45%에 지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도민들에게 물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용천수 상수원 개발과 지하수 관정 개발사업이 병행돼서 추진되었다. 특히 1971년에 어승생에 10만6천톤의 용천수를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 물을 공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어 외도천, 강정천 용수개발사업이 완료되어 제주와 서귀포 지역의 용수난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어서 농업진흥공사가 제주도 지하수 조사를 1971년에 끝내 1972년부터는 생활 및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하수 관정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1988년에 제주도의 상수도 보급률은 99.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용천수의 경우에는 1953년 금산수원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추진돼 강정천, 이호, 외도천, 삼양, 옹포천, 정방, 돈네코, 서홍, 서림, 입석, 어승생(Y계곡·구구곡), 성판악 등의 용천수가 수원으로 개발됐다.

2015년말 기준으로 제주도 전체적으로 개발된 지하수 관정(염지하수, 조사관측용 제외 관정)은 4,831공이다. 그만큼 제주도에는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수많은 빨대들이 꽂혀 있음을 알 수 있다. 4,831공에 지하수 개발량은 1,505천㎥/일로서 지속이용 가능량 대비 85.1%에 이르고 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장기적인 가뭄의 지속, 개발로 인한 지반의 불투수성 면적 확대 등으로 지하수 고갈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그 징후는 말라가는 용천수가 말해 주고 있다.

 

도내 용천수의 현황

제주도의 해안변과 고지대의 곳곳에 분포하고 있는 용천수는 지하의 지층 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지표와 연결된 지층이나 암석의 틈을 통해 솟아 나오는 지하수이다. 하지만 용천수는 고문헌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용천수를 지칭하는 용어로 고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용어는 ‘泉’이 주료 사용되며 민간에서는 ‘세미’ 혹은 ‘~물’이라고 부르는것이 일반적이다. 용천수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학술적인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제주인들의 대부분은 용천수를 ‘산물’이라고 부른다. 산물은 ‘살아 샘솟는 물'(용천·湧泉)이란 뜻이다. 그리고 용천수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주로 물이 솟아나는 위치나 양에 따라 독특하게 붙여지기도 한다. 그 중에는 지역이 달라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용천수의 형태, 위치, 사용처 등 주요한 특징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수암리 유수암천>

 

물 이름을 붙이는 방식은 대개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물통의 형태, 두 번째는 물의 양과 질, 세 번째는 물의 위치를 특징으로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물통의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사례는 통물,엉물,빌레물,고망물,궷물 등이 있으며 물의 양과 질을 특징으로 하는 사례는 큰물, 생이물, 구명물 등이 있다. 물통의 위치를 특징으로 하는 경우는 원장물, 다끄네물, 가물개물 등이 있다.

용출 위치가 멸실․매립되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것을 제외한 용천수는 총 661개소로서 200m 이하의 저지대에 전체의 90.7%에 달하는 대부분의 용천수 600개소가 분포하고 있으며 중산간 지대에 36개소(5.5%), 600m 이상의 고지대에도 25개소(3.8%)가 분포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제주시에 395개소, 서귀포시에 266개소의 용천수가 있다.

661개소의 이용현황을 보면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용천수가 32개소이고 생활용 147개소, 농업용 21개소로 이용되고 이용하지 않는 것은 448개소로 67.8%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611개소 중 200개소는 이용되고 있으나 나머지 70%는 미이용 상태이다. 용도를 보면 생활용으로 565천㎥/일로 가장 많고 상수원과 농업용 순으로 이용되어 전체적으로는 57.5%가 이용되며 나머지 42.5%는 이용되지 않는다.

 

용천수의 분포 지역

용천수는 지역의 고도에 따라 해안 지역 용천수(해발 200m 이하), 중산간 지역 용천수(해발 해발 200m~600m 이하), 산간 지역 용천수(해발 600m 이상)로 구분하고 있다. 수적으로는 해발 200m 이하에 분포하는 해안 지역 용천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산간 지역과 산간 지역은 해안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용천수의 분포 비율은 낮아지고 그에 따라 마을이나 거기에 거주하는 인구도 상대적으로 적다. 즉 오늘날 제주도 마을이 해안선을 따라 환상(環狀)형태로 만들어진 것도 용천수의 분포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남한 최고봉 한라산 백록담 기슭의 백록샘(해발 1천655m)을 비롯해 고지대(해발 600m 이상)에도 25곳의 용천수가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용출량이 1천㎥ 이상 되는 건 Y계곡물, 용진굴물, 선녀폭포 등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하루 용출량이 5∼500㎥ 정도인 소규모 용천수다.

표고별로는 해발 200m 이하 용천수 455곳의 용출량이 하루 82만3천㎥로 많았고, 그다음이 조간대·공유수면(145곳·39만7천㎥), 해발 200∼600m 중산간(36곳·2만1천㎥), 해발 600m 이상 고지대(25곳·1만8천㎥) 순으로 나타났다.

<해안동의 독승물>

 

고지대로 갈수록 용출량이 적은 이유는 중산간 이상 지역은 비가 지하로 침투하는 함양지역인 반면, 해안지역은 상류지역에서 함양된 지하수가 유출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용천수 보전관리의 문제점

2016년 발간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을 보면 현재 남아있는 661개소의 용천수 중 457개소에는 집수 및 보호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고 이 중 145개소는 보호시설이 훼손되었으며 204개소는 시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마을에서 용천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공 시설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원형을 훼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1953년 금산수원 개발을 시작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상수도시설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물 부족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1986년 상수도 보급률이 100%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수도 시대가 개막되면서 과거 식수 및 생활용으로 이용했던 용천수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급속하게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해안 도로 공사, 택지개발, 해안매립, 관정개발, 관광지 개발 등의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상당수의 용천수가 사라지거나 훼손되었다.

 

  1. 용천수 관리를 위한 법제도의 미비

1) 유명무실한 용천수보전조례

용천수는 지하수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땅속에 있는 지하수의 모습을 용천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용천수가 말라가고 있다면 땅 속의 지하수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용천수가 오염되었다면 어떤 요인으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용천수의 수량과 수질 보전도 지하수 보전관리와 동등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용천수는 제주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므로 문화재 관리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용천수의 법적 장치는 매우 미흡하다. 현재의 제도로서는 용천수를 보호할 수 없다.

제주특별법에 용천수 관리를 위한 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2014년도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활용 및 보전에 관한 조례’도 위임 법령 없이는 실행할 수 없는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고 또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조례 제 6조의 규정에 따라 보전 관리 대상 용천수로 지정고시된 용천수를 개발․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도지사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신고를 하지 않고 용천수를 이용하는 자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하다.

상수원 및 공공 농업용으로 이용하거나 이용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경우와 용천수 개발․이용으로 인하여 주변 환경의 훼손, 용출량 감소 등이 우려되는 경우(8조)에는 용천수 개발․이용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민법상의 공용수의 용수권(제235조), 용수장해의 공사와 손해배상, 원상회복(제236조)과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없고 오염된 상태이다.

아울러, 이 조례에서는 보전․관리 대상 용천수의 지정 기간, 선정기준 및 방법 등 기타 필요한 사항, 용천수 개발․이용 신고에 관한 사항, 용천수 개발․이용 시설의 준공에 관한 사항, 용천수 개발․이용 시설의 시설기준 및 관리기준을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았다.

 

  1. 개발로 인한 용천수의 파괴와 고갈

1) 매립

개발사업 및 생활환경 정비사업 등에 의해 멸실되어 버린 용천수 중에는 과거 주요 식수원으로 이용했던 것들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제주 물 이용 문화의 소실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가락쿳물과 선반물, 고성리의 종남이물, 사계리의 오르코미물 등의 용천수들은 매립되어 그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2) 행정당국의 용천수의 정비로 인한 파괴

2006년~2015년까지 총 80개소의 용천수에 대한 정비가 이뤄졌으나 대다수가 부적절하게 시공되어 용출량 감소, 용출지점 변형 및 차단, 물통에 녹조 발생 등 물 썩음 현상 발생, 과다한 지붕시설로 인한 빛 차단, 과거 이용시설 원형 변경 또는 훼손, 철제 빔 및 방부목 등을 사용함으로써 자연미 상실, 바닥 및 벽을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시설함으로써 주변 환경과 부조화 등의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으로 다음과 같음 몇가지를 들 수 있다.

– 첫째, 용천수 정비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아 정비대상 용천수 선정에서부터 설계․시공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고 있다. 즉, 확보된 예산을 당해 연도에 집행하는데 목적을 두고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 둘째, 용천수 정비사업에 대한 기본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용천수 원형의 보존․주변 환경과의 조화성․용출량을 고려하지 않은 물통의 설치, 용출지점 주변 터파기 및 암 제거 과정에서의 충격에 의한 지층의 변형, 과도한 지붕시설로 인한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 및 차단에 의한 물통과 바닥면 녹조 발생, 용출지점 지층구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로 용출지점을 막아버리거나 변형시키는 등의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 셋째, 용천수 정비사업을 전문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전문업체가 없다. 용천수를 보전해야 할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식하지 않고 일반 토목공사의 하나로 간주해서 시공이 되다보니 용천수의 원형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도두2동의 말물. 건물 안에 용천수를 가둬버렸다.>

 

3) 용천수의 고갈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무분별한 지하수 관정 개발이 진행됨과 아울러 지하수 함양량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개발사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용천수의 고갈과 수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각종 관측 자료로도 확인되고 있다. 제주도가 2017년 말에 도 전역에 있는 68개소의 지하수 기준수위 관측정의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수위가 관측 개시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올해, 제주 서부지역 지하수 허가량이 지속가능이용량보다 240% 넘게 초과해 갈수기에 해수 침투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빈발했다. 하지만 아직도 제주도의 지하수 취수허가는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 1일 지하수 취수 허가량은 161만5000t으로, 수자원관리종합계획(2013년)에서 제시한 1일 지속가능이용량인 1일 178만8000t(지하수 함양량의 38.5%)의 91% 수준이다. 그런데 2018년 10월 읍면동 5곳의 1일 취수허가량이 지속가능이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애월읍은 지속이용가능량 6만t·취수허가량은 12만710t, 대정읍 지속이용가능량 9만2000t·취수허가량 22만7390t, 한경면 지속이용가능량 6만5000t·취수허가량 15만9690t, 한림읍 지속이용가능량 10만1000t·취수허가량 13만2960t, 조천읍 지속이용가능량 12만7000t·취수허가량 13만150t이다.

특히 취수허가량이 지속이용가능량을 초과한 읍면동은 2013년 4곳에서 올해 5곳으로 1곳 늘었다. 제주도는 ‘제주도 지하수 관리조례’에 지하수 이용가능량을 초과한 유역에 대해서는 허가를 제한할 수 있고, 지하수이용량이 취수허가량의 50% 미만일 경우 허가량의 30% 이내로 감량할 수 있는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있다.

실제 도내 골프장의 지하수 취수허가량은 월 147만t이지만 실제 사용량은 월 47만7000t에 불과하지만 허가량을 조정은 전무하다. 또 빗물사용의무시설 가운데 일부 대형호텔 등이 지하수 사용에만 의존, 빗물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지만 적절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도시 면적이 증가하면서 과거에 빗물이 침투할 수 있었던 토지가 빗물의 지하침투가 어려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었다. 그리고 집중 호우에 의한 홍수 또는 농경지 침수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배수개선사업과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시설된 수많은 비닐하우스, 중산간지역에 시설된 골프장과 각종 시설물들도 빗물의 지하침투량을 감소시키는데 직간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생태계 가운데 지하수를 많이 함양하는 곶자왈이 많이 사라졌다. 도내 곶자왈 면적 9256만㎡가운데 22.3%인 2063만㎡가 사라졌다.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7배 수준이다. 이중 38.2%인 788만7000㎡가 골프장으로 훼손됐다. 신화역사공원 등 관광지 개발사업으로 603만 5000㎡가 사라졌고 영여교육도시 택지개발 등으로 422만2000㎡가 훼손됐다.

4) 용천수의 오염

지난 2016년 제주도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내 지하수 먹는물 수질기준 10㎎/L를 초과하는 곳은 5000개의 관정 중 10%에 달한다. 용천수에 대한 직접 조사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용천수의 현재 수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2013-2014년 제주도 수자원본부의 용천수 수질조사 결과를 보면 질산성질소는 조사대상 531개소 중 먹는물 수질기준을 충족시키는 용천수가 387개소로서 조사대상의 73%였다. 이것은 상류지역 농경지에서의 화학비료의 과다한 사용, 축산폐수의 미흡한 처리 등 여러문제가 복합된 것이다.

 

  1. 용천수의 가치 발굴 미흡

제주의 용천수는 수자원으로서의 가치, 역사문화적 가치, 환경생태학적 가치, 수문지질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 과거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 용천수의 핵심 가치는 수자원적 가치에 있었다. 즉, 용천수는 생명수로서 뿐만 아니라 농산물 생산과 가축 사육 등에 원천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였다.

용천수가 솟아나는 해안가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다. 가뭄에도 쉽사리 마르지 않는 용천수를 식수원으로 귀중하게 다루었으며 돌담을 둘러 남탕과 여탕을 만들어 목욕을 하였다. 또 물통․야채 씻는 물통․손발 씻는 물통으로 나누어 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물을 헛되이 쓰지 않으려는 지혜들로 인하여 제주 특유의 물 이용 문화가 형성되어 오랜 세월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생활양식이 서구화되어 가면서 제주의 물 이용 문화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특히 과거 물이 부족한 시대에 만들어 놓은 시설이나 기록들도 훼손되고 폐기되고 있다.

그래서 용천수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제주도의 역사문화는 용천수를 떠나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용천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지만 이에 대한 사료 발굴이나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설촌과 용천수와의 관계, 용천수와 산업(농업과 목축업 등), 용천수와 신앙 또는 제사, 용천수와 의료, 용천수와 마을의 규약 등 용천수와 관련된 여러 분야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천수의 생태학적 가치도 중요하다. 외도천, 산지천, 옹포천, 창고천, 중문천, 강정천, 솜반천 등의 하천 하류는 용천수가 솟아나 연중 물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들 하천 중에는 은어를 비롯하여 민물검정망둑, 숭어, 무태장어 등의 담수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하천의 생태계에 대한 조사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특히, 용천수의 물 공급으로 인해 습지가 형성된 곳은 아주 많다. 용천수를 이용해 논농사를 짓던 하논이나 강정같은 곳의 조사도 미흡하다.

<항파두리의 구시물. 고려시대 삼별초의 역사가 담긴 용천수이다.>

 

용천수의 보전방안

  1. 용천수의 보전 ․관리의 법적 근거 마련

현행 제주특별법에는 용천수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규정이 없다. 다만, 지하수관리조례로 용천수의 수량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용천수 반경 50미터 지역 내에서 신규 지하수 관정개발과 이용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1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보전관리조례’는 상위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제정되고 시행되고 있어서 같은 조례의 보전․관리 대상 용천수 선정 및 고시(조례 제6조), 용천수 개발․이용 및 제한(조례 제 7조,8조)규정 등 여러 조항들이 실제로 집행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며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조례로도 실행할 수 있는 최대치를 찾아내는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1. 용천수 보호지역 지정 및 관리

용천수 보호를 목적으로 토지이용을 일정 부분 규제하는 ‘지구 또는 구역’을 지정하거나 관리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국내에 없다. 다만, 지하수의 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지하수 보전구역’ 지정 관리 제도는 지하수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를 인용하여 용출지점과 용출수 유역의 민감한 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다.

  1. 보전대상 용천수 주변 관정 및 오염원 정비

일반적으로 용출지점 부근에서 지하수는 얕은 층을 따라 흐르다 지표로 열린 틈을 통해 솟아나온다. 따라서 용출지점 인근에 관정을 개발해 지하수를 취수하는 경우 용출량 감소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또한 용출지점에 가까운 상류에 오염물질을 방류하거나 정화조 등을 통해 오염물질이 누출되는 경우 용천수로 유입되어 수질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용천수 인근에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거나 개발 건축행의 등의 규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보전 가치가 높은 용천수의 자연성을 유지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용천수의 수량과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관정이나 오염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들 시설에 대한 정비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전대상 용천수의 수량과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1차적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검증한 후 전체적인 사업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정비대상 시설물에 대한 이전 또는 철거, 보상 등의 합리적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1. 용천수 정비사업의 방식 전환

그동안 용천수 정비사업은 오히려 용천수의 원형을 훼손하는 사업으로 전락하였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용천수 정비사업의 전환이 필요하며 정비 원칙은 다음과 같을 수 있다.

1) 용천수 고유의 자연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2) 해당 용천수의 역사성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하며 3) 용천수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하며 4) 인위적 시설물 구축은 최소화하여야 하며 5)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정비이다.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이용하여 용천수 정비 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용연의 머구낭물. 용천수를 사각구조물로 가둬버렸다.>

  1. 용천수 기반 공공 농업용수 공급사업 추진

현재 도내 농업용수의 대부분은 지하수 관정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공공 농업용수를 공급받지 않는 감귤원, 비닐하우스, 밭작물 재배지 등에 2,342개의 사설 농업용 관정으로부터 200천㎥/일 의 지하수가 이용되고 있다. 서귀포시 지역의 속골물, 조이통물, 꿩망물 등 일부 용천수는 1일 10,000㎥ 이상 용출되나 바다로 바로 빠져나가고 있어서 이를 농업용수로 돌린다면 지하수 관정의 과부하를 줄여 지하수 고갈원인을 저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1. 도심내 용천수를 활용한 친수 공간 조성

제주시나 서귀포시 도심의 경우에는 여러 용천수가 솟아나고 있다. 하지만, 솜반천처럼 하천으로 연결되지 않은 용천수의 경우에는 우수관을 통해 버려지기 때문에 지하로 해서 바다로 흘러가고 만다. 용천수를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것처럼 도심내의 용천수도 도시민들의 친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등 유럽의 생태도시들은 도심내에 작은 물길을 조성하여 여름에는 기온을 낮춰주고 도시민의 정서를 풍부히 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제주 도심내에도 해안 부근의 금산물 이외에도 도심 위쪽에도 용천수가 분포하고 있다. 우여천과 할망물의 제석사의 경우에도 도로 아래로 흘러가 버리고 있다. 이 물을 지상으로 올리고 작은 물길을 만들고 곳곳에 연못을 조성하면 뜨거운 여름에는 기온을 낮춰주고 제주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 용천수의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 추진

용천수의 역사․문화가치, 생태적 가치 등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1) 용천수의 역사문화가치 발굴과 활용

제주도의 마을 대부분은 용천수를 중심으로 한 설촌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전설도 많다. 또한 용천수 이용과정에서 생긴 물항, 물팡,물구덕 등 제주의 독특한 물문화와 용천수 이용 규약 등도 역사문화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자료를 수집하여 용천수 이용사, 용천수 전설집 등 다양한 자료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역사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용천수를 도 지정 문화재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용천수의 생태학적 가치 발굴

제주 용천수는 수자원 및 역사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서식처로서의 생태학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특히, 용천수는 물이 맑아 숭어,은어,검정망둑 등의 어류에서부터 동식물 플랑크톤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생태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용천수로부터 발원한 강정천,외도천은 어류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고 명도암 조리새미처럼 용천수 아래에 습지 생태계가 형성된 곳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러한 용천수에 대한 생태적 가치에 대한 조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환경부에서 직접 조사하는 방식을 할 수도 있고 자치당국에서 직접 조사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을 통해 이에 대한 자료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3) 용천수의 다양한 가치를 활용한 교육․홍보 프로그램 개발

위에 언급한대로 용천수의 문화역사적 가치, 생태적 가치를 활용해서 이를 스토리텔링화하고 교육자료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대중에게 용천수의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주 물 해설사 양성을 통해 이를 생태문화 관광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을것이다. 또한 용천수의 물을 활용하여 논을 만들어 4계절 교육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1. 용천수 수량과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용천수를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용천수 유역을 대표하는 용천수를 선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수량과 수질 모니터링을 꾸준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지하수 관측망과 연계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고병련, 2018, 「’생명의 근원’ 제주 용출수 439곳, 긴 여정을 떠나다」(제주의소리 기획연재)

제주특별자치도, 2016,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문경미, 2016, 「제주 용천수의 이용 관행과 물 공동체,문경미」

최현, 2016, 「제주의 토지와 지하수:공동자원으로서의 공통점과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