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의 새로운 30년을 열자 ①] 왜 노동자건강권포럼인가
이달 22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2019 노동자건강권포럼’이 개최된다. 건강권포럼은 우리나라 ‘사회포럼’, 그리고 일본 ‘규슈 안전보건 세미나’에서 영향을 받았다. 2012년부터 매년 2월에 연다. 특히 규슈 세미나는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규슈지역은 물론 일본 전역에 걸친 연구자·노동자·학생·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안전보건 세미나다. 매년 이뤄지고 있으며 참가자 규모는 연인원 1천명에 이른다. 노동자건강권포럼도 이러한 모습을 지향하나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 등으로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9년 노동자건강권포럼의 메인세션 주제는 ‘새로운 안전보건 30년을 열다’로 잡았다. 이를 중심으로 8개의 부문별 세션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안전보건운동의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에도 노동자 안전보건 이슈는 산발적으로 존재했으나 조직적 운동으로 살아나게 된 것은 88년 7월 문송면의 죽음이 계기였다. 소년 노동자의 외로운 죽음이 민주화 대투쟁을 경험한 사회에 던진 충격은 매우 컸고 잇따라 발생했던 ‘원진레이온 집단 직업병’ 사건은 약 6년에 걸친 투쟁을 통해 한국 사회 노동자 안전보건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조로 거듭난 수많은 노동조합에서 안전보건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업종의 위험에 근거한 개선투쟁이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2018년에는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가 구성돼 지난 30년을 평가하고 기억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렇듯 30년을 헤쳐 왔지만 ‘김용균의 죽음’이라는 노동자들의 참혹한 주검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여전히 놓여 있다. 이것이 팩트고 현실의 한국 사회다.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부터 계속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산재사망률은 OECD 최고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산업재해의 질은 더 나빠졌다. 이는 한국 사회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다.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에게만 온전히 전가되고 있는 산재는 고용·임금에서의 차별뿐 아니라 생명에서까지 차별이라는 정의롭지 못한 상태를 설명해 준다.
2019년, 안전보건의 새로운 30년이 시작되는 해다.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 산재사망을 줄여야 하며 특히 비정규직 산재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10% 조직률을 가진 노동조합이 잘할 수 있을까? 2% 조직률을 보여 주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역주민·시민사회가 나서야 하는 것인가?
이는 지속적인 고민과 연대와 투쟁을 통해 이뤄 내야 한다. 전문가·노동자·시민사회는 각각의 영역에서 새로운 30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사회를 바꿔야 한다. 이미 새로운 시도는 늘어나고 있다. ‘직장갑질119’와 같은 형태로, 지역의 화학물질을 감시하는 주민 네트워크를 만들고 싸우는 형태로.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우리는 ‘위험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 포럼이 풍성해지는 것은 안전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포럼은 노동자·시민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