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제주의 새 이야기

 

멸종위기 후보에 오를지도 모를 멧비둘기

–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조류학 박사)

산비둘기로 잘 알려진 멧비둘기. 제주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텃새이다. 고기 맛이 좋아 제주사람들이 꿩과 함께 대표적으로 즐겨 먹었던 수렵종이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7종의 비둘기가 분포하고 있으며 그중 제주에서는 멧비둘기를 비롯하여 흑비둘기, 양비둘기, 홍비둘기, 녹색비둘기 등 5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중 양비둘기는 문헌기록만 있을 뿐 현재는 서식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홍비둘기와 녹색비둘기는 이동기에 아주 드물게 제주를 지난다. 흑비둘기는 제주 본섬에는 없고 서귀포시 범섬과 추자군도의 사수도를 비롯하여 일부 무인도서에서만 서식하는 텃새이며 멧비둘기는 제주 본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번식기에는 보통 나무꼭대기에 몸을 비스듬히 앉아 ‘구우쿠, 구우쿠’하고 울며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며 간혹 땅 위를 내려 볼 때도 있다. 그리고 꼬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까닥까닥 움직인다. 둥우리는 보통 지상에서 2-7m 높이의 나무에 틀며 제주에서는 감귤나무, 곰솔, 보리수나무, 벚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을 선호한다. 산란기는 3-5월이며 알은 보통 2개 낳고 갓 태어난 새끼는 노란 솜털로 덮여 있다. 비둘기류는 다른 새와 달리 갓 태어난 새끼를 키울 때 먹이를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모이주머니에서 나오는 포유류의 젖과 비슷한 분비물을 먹인다. 둥지 주변에 배설물로 가득한 것도 좀처럼 둥지를 떠나지 않는 습성 때문이다.

어미 새는 주로 지상에서 걸어 다니면서 낟알, 풀씨, 콩 등을 먹으며 특히 먹이를 찾으며 걸어 다닐 때 머리를 앞뒤로 상하 운동을 한다. 번식기 때는 암수 1쌍씩 생활하며 비번식기에는 7-8마리가 무리를 이루기도 하며 10여 마리 이상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예전에 한라수목원에서 멧비둘기의 번식 생태를 조사할 때, 멧비둘기들이 까치들로부터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까치들이 한라수목원에서 번식 중인 멧비둘기의 둥지에서 알과 새끼들이 포식하는 장면이 확인되었다. 멧비둘기의 둥지가 비교적 접근이 쉬운 곳에 놓여 있기 때문에 천적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멧비둘기 1쌍이 한 둥지만을 트는 것이 아니라 예비로 3-4개의 둥지를 더 틀었으며 심지어는 둥지를 트는 나무도 기존의 활엽수가 아니라 측백나무와 같은 수종을 선택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버렸다. 까치와 같은 외부에서 이입된 생물종으로부터 멧비둘기와 같은 제주 토종들이 위협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편, 한때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집비둘기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서 집비둘기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도심지 건물이나 교량 밑에서 집단으로 번식을 하면서 배설물에 의한 피해가 늘어나고 지나칠 정도로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도시 미관을 흐리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퇴치 우선 대상 종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동안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정서적으로 친숙한 존재였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사람들로부터 가혹하게 버림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설물에 의한 피해는 번식 습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도심지 공원에서 과다한 먹이주기를 금지하는 등 집비둘기가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야생성을 확보토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집비둘기의 퇴치 운동이 거세게 불면서 제주 사람들이 키워놓은 후박나무를 찾은 녹색비둘기마저 애물단지로 취급당할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