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경사노위 안건이 상정된 정책대의원대회가 유회된 데 이어 이번에도 김명환 집행부의 경사노위 참여안이 지지받지 못해, 결국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불참하게 됐다.

이번 대의원대회에는 3개 수정안이 제출됐다. 좌파들의 ‘불참안’은 무려 181명의 대의원 발의로 추진됐고 대의원대회 현장 토론을 선제했다. ‘불참과 대정부 투쟁’이라는 이 급진적인 안이 34.5퍼센트(331명)나 되는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경사노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금속노조 중집의 ‘조건부 참여안’은 38.6퍼센트(362명)의 지지를 받았다.

산별대표자 8인의 ‘선 참여, 개악 시 탈퇴안’은 사실상 김명환 집행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안으로, 집행부의 아무 단서 없는 ‘참여안’이 부결될 것을 우려해 제출된 수정안이었다. 그래서 김명환 위원장은 “원안을 고집하지 않고 이 수정안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산별대표자 8인 수정안은 이처럼 집행부 원안을 포함하는 것이었는데도 44퍼센트(402명)의 지지밖에 얻지 못해 부결됐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 표결을 당연히 원안 부결로 인정하고, 마침내 경사노위 참여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된 것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감이 급속히 증대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이번 대의원대회가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경고한 상황에서 열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개선위 논의가 “사용자 편향”으로 흐르고 있고, 경사노위가 “노동기본권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들도 노동기본권 개악 시도를 대회에서 성토했다. 최저임금이 거듭 개악됐고,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누더기가 됐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이 임박해 있다는 점도 공분의 대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김명환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죄다 무시한 채 경사노위 참여만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대의원들은 경사노위가 노동자 양보를 강요하는 정부 정책 추진 수단이 될 거라고 정당하게 우려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고 불참이 사실상 결정된 데에는 좌파들의 불참 운동이 기여한 바가 매우 컸다.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금속활동가모임,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실천하는 공무원현장조직 등 좌파들은 수개월 전부터 ‘경사노위 불참과 대정부 투쟁’ 서명운동, 토론회, 집회 홍보, 수정안 발의 등의 활동을 통해 불참 운동의 초점을 제공했다. 3차 성명에는 단 며칠 만에 3028명의 조합원(대의원 160명, 현장간부 783명 포함)이 서명에 동참했다. 모호하고 자신감 없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한 불참과 투쟁 의견 쪽으로 기울었다. 노동자들의 투지가 다시 고양되기 시작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좌파들이 상당한 구실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 기조 위에서 투쟁에 전념하는 방침을 분명하게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대의원대회 결과에 부응하는 길이다. 당장 탄력근로제 확대와 노동기본권 개악 등을 저지하고 김용균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를 거부했다는 우파와 정부의 비난을 맞받아치고 힘을 보여 줌으로써 문재인 개혁 후퇴에 실망한 노동자와 청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불참이 사실상 결정돼 조합원들의 사기가 많이 오를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기회를 잘 살려 나아가야 한다. 좌파들은 이번 불참 운동의 성과를 잘 살려서 투쟁이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9년 1월 29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