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이슈리포트3] –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
“거대양당의 의원정수 확대 반대는
지독한 국회불신 이용한 기득권 유지 꼼수!”
윤은주 회원홍보팀 간사 / 서휘원 정치사법팀 간사
지난 10월 24일 닻을 올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심상정 의원은 “진보정당 출신으로 처음 맡은 국회직이 정개특위 위원장이라는 점이 마치 숙명처럼 느껴진다“는 소회를 밝혔었습니다. 그 뒤로 정말 어디를 가도 기승전!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도입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국회 정개특위의 현재 상황과 계획을 들어보고, 국회개혁과 개헌 등의 주제를 가지고 심상정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는 생각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잘 모르거나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립니다. 꼭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성격이 강합니다. 거대양당만 살아남고, 당선된 1등을 찍지 않은 표가 모두 사표가 됩니다. 한번 선거를 하면 50%가 넘는 표가 모두 반영되지 못하고 사라지죠. 모든 시민의 1인1표의 가치를 모두 반영할 수 있도록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표적인 개선방안입니다.
정당의 득표율에 의석수를 맞추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국민을 닮은 ‘민심 그대로’ 국회가 실현되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겁니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이익을 보았던 거대양당의 독주는 끝나고, 우리 사회의 소외되었던 다양한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현재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소극적입니다. 두 당을 설득할 방안이 있으십니까? 더불어민주당이 원래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이렇게 소극적인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현재 승자독식형 선거제도로 기득권을 누린 거대양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는 민심을 상당 부분 왜곡해 왔고, 이런 왜곡이 민심과 동떨어진 국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갈 수는 없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60%에 이릅니다. 국회 개혁에 대한 열망과 지지도 압도적인 상황입니다.
정개특위는 18명 중 14명이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의원입니다. 각 당 소속 의원들이 각 당내의 당론이나 당 지도부 의견, 의원들의 중론과 무관하게 정개특위에 임할 수는 없습니다. 당 논의와 정개특위 논의를 병행해 나가야 합니다.”
Q.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서 국민들이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원정수 확대는 반대하고 있는데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한가요?
A. “지독한 정치 불신 속에서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거대양당이 국민의 반대를 이유로 선거제도 개혁과 의원 정수를 증대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민 불신을 방패막이 삼아 스스로 기득권을 유지하는 꼼수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에 국회가 잘한 것도 없고 매일 소모적인 대결 정치로 일관해서 국민들의 불신이 이렇게 커진 점에 있어서 가장 큰 책임 당사자가 거대양당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이렇게 국회를 개혁하고 이렇게 기득권 내려놓겠다’ 이런 진솔한 개혁방안을 가지고 국민들 앞에 무릎 꿇으면 왜 국민들이 동의를 안 하겠습니까.
저는 현재처럼 300명 범위 내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원들을 만나 보면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합니다. 그래서 국민께 정직하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국민이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건 국회가 일도 똑바로 안 하면서 사람 수만 늘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감한 국회 개혁 방안을 제시하면서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Q.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어떤 가요? 특권 내려놓기가 가능할까요?
A. “국민이 이겨야 국민을 위한 국회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민이 국회의원을 통제하는 힘을 발휘해주시면 별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국회의원들의 특권 중에 가장 큰 특권이 국회의원이 300명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개개인이 희소가치가 있으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만 국회의원이 됩니다. 수가 적으니 로비하기도 쉽습니다. 반대로 특권을 확 낮추고 진입장벽을 낮추면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대변할 국회의 힘도 강화됩니다. 머슴의 수가 늘어야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진짜 일할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려고 할 겁니다.
그동안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출판기념회도 없어졌고,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도 금지되었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한번 하면 평생 연금 나오는 헌정회 연금도 2008년에 벌써 폐지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수십 년간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개선한다고 약속해도 그대로였던 특수활동비가 전면 폐지되기도 했고요.
나까지 개혁은 성공하고, 나 빼고 개혁은 실패한다는 말이 있죠. 셀프개혁은 어느 기관이나 어렵습니다.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을 국회의원들도 다들 알고는 있습니다. 특권을 내려놓기 싫은 일부가 국민의 뜻을 방패막이 삼아 현상유지하고자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촛불 이후 우리 국민의 강력한 정치개혁 의지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겁니다.”
Q. 경실련은 국회의원 세비 동결, 국회의원 세비 결정방식 개선(독립 기구에서 결정) 입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경실련에서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어느 기관이나 ‘셀프개혁’은 어렵습니다. 국회 개혁에는 국민이 힘을 모아 밀어붙여주셔야 국회도 무거운 엉덩이를 뗄 수 있습니다. 저와 정의당도 세비 동결과 세비 결정방식 개선의 필요성을 누누이 말해왔죠. 선거제도 개혁은 강력한 국회 개혁과 함께 가야 합니다. 투명한 국회,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문희상 의장과 유인태 사무총장이 적극적으로 작업 중에 있는 걸로 압니다.
우선 국회의원 세비를 국회의원이 정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수당산정위원회가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정하고 국회는 이를 그대로 입법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돌아가신 노회찬 의원님도 특활비 폐지법안을 내면서 시민참여국회예산자문위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한 적도 있습니다.
징계제도도 개선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셀프징계 못하게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새로운 윤리심사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외유성 해외 출장을 막을 제도적 대안도 필요합니다. 국회의원의 공무 국외 활동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국회의원이 하는 셀프심사가 아니라 시민사회에게 맡기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모두 영국, 미국 등 의회민주주의 선진국들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입니다. 국회에 대한 더 많은 시민의 참여와 감시를 보장하는 것이 국회개혁의 핵심일 것입니다. 곧 정의당은 이와 같은 내용의 국회개혁법안을 발의할 계획입니다.”
Q. 지난 12월 여야 5당 합의에서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추후에 개헌 논의는 어떻게 진행할 생각이신가요? 가장 쟁점은 무엇인가요?
A. “정치는 명분이라고도 하고, 또 한쪽에서는 정치는 현실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둘 다 정치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대표성과 비례성 확대라는 대의명분에 뜻을 같이 하면서도 동시에 각 정당의 현실과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정치개혁특위 산하에 자문위원회를 두고 시민사회, 학계, 여성계, 청년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자문위에서 지난 9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 확대, 투표 참여 연령 18세 하향 등과 같은 논의의 결과물인 의견서를 전달하시면서 개헌에 대해서도 제안을 주셨습니다. 선거제도 개혁 이후,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논의도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개헌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지금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중요하기에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87년 직선제 이후에 30년 만에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이니까요.”
Q. 원포인트 개헌(권력구조 문제)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보이는데 혹시 헌법 개정 절차를 쉽게 연성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헌법개정 절차의 연성화는 제가 이번 20대 국회 전반기에 헌법개정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주로 논의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제도 이전에 국민의 개헌 의지를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국민의 주권을 헌법이 보장하도록 한다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정개특위는 골든타임을 넘어 라스트타임에 도달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Q. 경실련에서 지난 8일 정개특위 의원들에게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의견서를 전달했는데, 잘 받아보셨는지요?
A. “네, 잘 받아보았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대표성과 비례성 확대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모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개특위 안팎에서 시민사회와 오피니언 그룹이 선거제도 개혁에 함께 해주시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경실련에서 제시한 의견들 모두 정개특위에서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제 결실을 맺어야할 때입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Q.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으셨는데 제일 힘드신 점은 무엇인지요?
A. “아무래도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목표를 향한 구심력보다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더 큰 점이 힘듭니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습니다. 300명 국회의원의 이해관계도 다 다르고 당마다 셈이 다르니 중지를 모으기가 참 어렵네요. 야3당이 주도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말하고는 있지만 결국 현행 제도 하에서 정치권을 지배하는 것은 거대양당이니까요. 하루하루 날짜가 가는 것이 야속하고, 24시간이 모자라도록 애를 쓰고 있지만…
그래도 국회에서 더 노력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87년 직선제 이후에 30년 만에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한 전환점이니까요. 또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도 예년과는 다릅니다.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에 대한 생각은 다를지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열띤 토론과 지지의 목소리를 확인할 때마다 힘을 냅니다.”
Q. 끝으로 경실련이 올해 30주년입니다. 경실련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황금돼지해에 다들 돈을 말하고 풍요를 기원하지만,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는 바탕 위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경실련에서 올해도 많은 노력 해주시고, 또 그만큼 값진 성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정개특위와 정의당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2018년 12월 15일, 5개 원내정당 대표들이 정치개혁을 위한 합의를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여 기간 동안 논의는 공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심 의원의 말처럼 라스트타임에 도달했습니다. 정당들이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을 당리당략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분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 정치를 쇄신하는 계기로 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