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대책위입니다.

 

2014610, 당시 밀양 송전탑 4개 움막 농성장에서 다큐멘터리 <핵마피아> 촬영 작업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6.11행정대집행 직전으로, 오랜 움막 농성으로 인한 피로에 더하여 경찰 공권력의 폭력과 주민 저항으로 발생할 수도 있을 불상사에 대한 우려 등으로 극도의 긴장 속에서 지내시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당시 이루어진 촬영의 적절성과 방식에 대하여 <핵마피아> 촬영팀 내부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사과 요구가 있었으며, 이에 대해, 김환태 감독이 밀양대책위와 주민 어르신들께 사과문을 작성하여 보내왔습니다.

 

저희 밀양대책위는 지난 31, 어르신들 40여분이 참석한 공부모임’ 4강 강좌에서 이 사과문 내용과 그간의 과정을 설명드렸으며, 어르신들의 동의를 받아 밀양대책위 블로그와 페이스북 계정에 이 사과문을 게시합니다.

 

201632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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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밀양에 계신 여러분.

저는 <핵마피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김환태입니다.

 

지난 20146, 저는 밀양 현장을 담기 위해 <핵마피아> 출연자인 공혜원 씨, 야마가타 트윅스터 씨와 함께 밀양을 다녀왔습니다. 그 후, 저는 저희의 연대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영화의 출연자인 공혜원 씨의 직접적인 문제제기와 그녀를 통한 다른 연대자 분들의 문제제기로 이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깨닫게 되어 저희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당시 저희는 밀양의 주요 현장들을 돌며 현장 촬영과 가수인 야마가타 트윅스터 씨의 공연을 진행했었습니다. 문제제기를 받고 돌아보니 행정대집행을 이틀 앞두고 극심한 긴장 상황 속에 계셨을 밀양 분들과 연대자 분들께 저희는 그저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이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때문에 미리 충분한 소통과 저희 연대방식에 대한 의견을 구했어야 했음에도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습니다. 저희의 쫓기는 일정 속에 급하게 진행된 촬영과 공연이 현장에 계셨던 밀양 주민 분들과 연대자 분들께는 마음 불편하고 힘든 기억으로 남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밀양 연대자로서 활동하고 계신 공혜원 씨께서도 매우 난처하고 힘든 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다큐의 출연자인 공혜원 씨와 저로 인해 불편하셨던 밀양에 계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고민하고 미리 계획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 계신 분들께 연락드리고 상의하여 진정으로 현장에 계신 분들께서도 좋아하실 수 있는 연대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밀양의 대책위 분들과 많은 주민 분들, 연대자 분들께서 저희 영화 <핵마피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감사드리는 마음뿐입니다. 부디 이 영화의 결과물이 밀양에 계신 여러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 과정을 담아가며 탈핵과 관련한 좋은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하게도 이 글은 그날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뒤늦은 사과의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때를 놓친 사과를 받아주실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디 저의 마음이 여러 분들께 잘 전달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다큐멘터리 <핵마피아> 감독 김환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