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높이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정부가 말하는 보험료 폭탄, 기금 고갈, 후세대 부담 근거 없어

글. 김잔디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해 말부터 정치적 공방을 거듭하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5월 2일 합의되었다. 합의안은 공무원 연금 개혁안과 더불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1. 50% 상향과 사각지대 해소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합의기구’를 국회에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무원 연금개혁안보다 부대합의 사항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더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발표 직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조정할 경우 닥쳐올 ‘재앙’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보험료 폭탄, 기금고갈, 후세대 부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에는 왜곡된 정보가 많고 결과적으로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객관적 판단을 돕기 위해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자.

 

국민연금 보험료 2배 인상, 불가피한가?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2. 을 현행 9%에서 2배 인상한 18.85%를 국민이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다수 국민이 소득대체율 상향조정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보험료를 1.01%만 인상하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렇게 큰 차이의 보험료율이 도출된 이유는 보험료 추계에 필요한 여러 변수의 수치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추정할 때는 국민연금기금(이하 ‘기금’)의 규모, 기금의 소진시점 등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크게 다르다. 1.01%의 보험료율 인상안은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가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반면, 보험료 2배 인상안은 2100년 이후에 기금이 소진되도록 하자는 목표의 보험료율이다. 이 경우 2060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GDP의 140%가 넘는 기금의 규모를 유지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금의 규모는 GDP 대비 35%(480조 원)를 넘어서고 있다. 2015년 기준 정부 예산 총액이 약 380조 원인 것과 비교하면 GDP의 140% 수준의 기금은 엄청난 규모다. 국민연금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기금규모를 최대 GDP의 30%정도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보험료 2배 인상은 국민들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과도한 주장이다. 

 

국민연금기금 연도별 적립추이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출처 :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기금 사용처

 

국민연금기금 사용처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을 못 받을까?

많은 시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갖는 불신의 핵심은 ’기금 고갈’에 따라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일 것이다. 실제 정부 발표에 따르면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2060년을 전후로 기금은 소진된다. 국민연금은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낸 보험료보다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기금의 점진적인 소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기금이 없다고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2060년에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후세대들이 낸 보험료와 세금을 통해 지급 가능하다. 독일은 1957년 기금이 소진되었으나 2개월 정도의 준비금만 유지하고, 매월 노인에게 지급해야하는 연금액을 국민들에게 걷어 국민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심각한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도 여전히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민연금 지급은 기금의 소진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후세대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국민연금제도는 세대 간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내가 낸 보험료로 부모세대가 연금을 받아 노후를 보내고, 내가 노인이 되면 자녀세대가 낸 보험료로 부양받게 되는 제도인 것이다. 그러면 국민연금에서 기금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우선 기금은 자녀세대의 부담을 줄여준다. 경제위기, 저출산, 고령화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완충기금Buffer Fund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거대한 기금은 오히려 후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금을 가지고 투자한 채권, 주식, 부동산을 매각해서 현금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덜 낸다고 노인부양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일부 고소득층은 개인연금 등을 통해 안정적 노후를 보낼 수 있지만 자녀 양육에 부모까지 부양하느라 노후준비를 못한 대부분의 서민들은 심각한 빈곤에 처하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노후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사회적비용을 지출해야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세대 간 연대를 바탕으로 안정적 노후를 영위하기 위해 적정한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  소득대체율 : 국민연금 보험료를 10년 인상 납부한 경우, 가입자의 평균소득에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되는지 보여주는 수치. 예) 소득대체율이 40%이고, 평균소득이 200만원인 근로자가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납부한 경우 200만원의 40%인 80만원을 매월 연금으로 받게 됨.
2.  보험료율 : 가입자의 월소득(월급)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로 부담하는 비율. 현재 9%이며, 직장가입자는 9%의 반은 사업자가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