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짝을 짓는 즐거움

 

짝을 짓는 즐거움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공동대표.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오월의 산은 더없이 투명하고 싱그럽습니다. 초록빛 숲은 쪽빛 하늘을 머리에 두고 더욱 싱그러움을 더하고, 쪽빛 하늘은 초록빛 숲을 감싸며 더욱 투명함을 더합니다. 산은 산으로 하늘은 하늘로 있으면서 서로가 배경이 되어 서로를 빛나게 합니다. 서로를 빛나게 하니 더불어 자기가 빛나게 됩니다.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된다는 것
산에서 살다보면 삼라만상森羅萬象,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모든 현상이 서로가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해가 뜨고 달이 뜨니 만물이 생장합니다. 나무는 땅을 의지하여 청청한 푸름을 드러냅니다.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은 바람을 만나 비로소 ‘풍경소리’가 됩니다. 그리고 바람과 풍경은 넉넉한 허공의 품안이 없다면 바람이 되지 못하고 맑은 소리를 울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가 존재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들의 도움을 받는 일입니다. 그러니 내가 산다고 하는 것은 곧 모든 것들과 ‘짝’을 지어 살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별과 밤이 짝을 지어 ‘별이 빛나는 밤’이 되고, 나와 네가 짝을 이루니 ‘우리’가 됩니다. 짝은 곧 서로의 의지처이고 배경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연어』에서 푸른 강이 은빛연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그러자 은빛연어가 그 뜻을 이해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은빛연어는 연어 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배경의 의미를 확장합니다.

 인간이란 의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임을 생각해 보면 서로가 사이좋게 살아갈 때 곧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빛날 수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존재가 다른 것들을 도움을 받아 탄생한 이치를 외면하고, 이 세상은 왜 그리 갈등하고 싸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사이좋게 살아가는 일은 매우 정직한 통찰과 분명한 선택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는 법이니까요. 

 

타인과 공존하고 상생하는 삶
우리는 늘 사물과 사람을 마주하고 살아갑니다. 그 마주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의미지어 살고 있는 것일까요. 어떤 공간에 하나의 객관적인 사물이 있다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동일한 사물로 존재할까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하나의 사물은 결코 같은 의미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령 같은 산을 두고 수행자와 화가의 눈에는 산은 존엄하고 신령한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성장과 축적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산은 그저 개발의 대상으로만 존재합니다. 사물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내 눈이 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뭇 다른 해석과 태도가 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이좋은 짝이 되기 위해서는 마주하는 그것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의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절집에서 공양할 때 이렇게 합송합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있습니다. 정성이 깃든 이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함께 나누면서 살겠습니다.” 한 그릇의 밥에도 모든 것들이 서로의 배경이 되고 의지처가 되어 짝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판단하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가치’의 선택이 담겨있습니다. 

 

사이좋게 짝을 지어 살아가는 방식은 곧 옳음과 아름다움과 선함을 지향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함께 살아가겠다는 공존과 상생의 정신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이웃이 살아야 내가 살 수 있음을 사무치게 깨닫는다면, 우리가 좋은 사이가 되려한다면, 선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사이좋은 짝이 되기 위해서는, 고통을 주는 당사자들이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멈추게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이들과도 사이좋은 짝이 되기 위하여 시민은 감시하고 비판하고 참여하고 연대하는 것이 아닐까요.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모든 것들이 나와 연결되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늘 있는 작은 것들이 소중한 나의 부처이고 예수입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를 여기 있게 하고 당신의 은혜가 나를 빛나게 합니다. 당신은 나의 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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