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통신비 얼마가 적정할까?

통신공공성 확대로 안정성은 높이고 통신비 부담은 낮추고

 

글.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됩니다.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고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통해 세계 어디든 실시간으로 갈 수 있는 초고속·초연결사회가 우리 앞에 불쑥 다가온 것입니다. 5G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5G 요금은 얼마나 더 비싸질까요?

 

민간기업의 이윤창출 수단이 된 통신서비스, 그 결과는…

작년 11월의 마지막 주말, 평범했던 토요일 오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의 KT 기반 통신망이 멈추면서 부분적인 ‘단절사회’가 된 것입니다. 

만나기로 한 가족·친구와 연락이 끊기면서 난데없이 공중전화 앞에 긴 줄이 생겨났고, 급하게 수수료를 내고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인출을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마트에서는 카드결제가 되지 않자 손님들이 카트 한가득 담은 물건을 계산대 앞에 그대로 줄지어 놓고 나가면서 마트 직원들이 ‘멘붕’에 빠졌고, 동네 치킨 집과 피자집은 배달 앱, 주문 전화가 먹통이 되면서 대목인 주말 매출이 반 토막 나기도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KT결합상품을 쓰다보니 동시에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면서 제때 구호조치를 받지 못한 한 시민이 자택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고 원격의료 시스템으로 수술을 진행하던 중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땠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화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KT를 포함한 이동통신 3사가 통신의 공공적인 성격을 망각하고 이윤추구와 기술혁신에만 경쟁적으로 나서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정부가 통신을 민간기업의 영역이라고 방치하면서 경쟁촉진과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감독시스템을 스스로 허무는 한 이러한 사태는 반드시 재발한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핵심이었던 KT아현지사는 시설 및 안전점검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정부가 직접 점검을 하지는 않는 D급 시설이었지만 KT의 경영효율화 방침에 따라 인근 시설들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기능집중이 이루어졌음이 밝혀졌습니다. 만약을 위한 백업시스템, 통신우회로 확보를 위한 이중화시설은 생략되었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도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이러한 현황을 파악하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시인했습니다. 통신망 관리·점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8년 1인당 데이터 사용량 8GB 돌파, 요금부담도 커져

정부기관이던 전화국이 한국통신공사, KT로 단계적으로 민영화되고 통신서비스가 오로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민간사업자들에 의해 공급되면서 통신이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은 계속해서 약화되어 왔습니다. 대신 이동통신 기술은 2G, 3G, LTE로 발전을 거듭하며 데이터 전송속도, 전송범위 등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휴대전화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콘텐츠도 소셜미디어, 동영상, 금융결제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2011년 LTE서비스가 상용화된 이후 데이터 사용량은 꾸준히 늘어났고 최근에는 그 증가속도도 점차 빨라져 2015년 10월 4GB를 기록한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불과 3년만인 올해 12월 8GB를 돌파하며 두 배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더 많은 데이터를 쓰기 위해 더 비싼 요금제를 쓰는 것이 당연해졌고 그 결과 2013년 15만 2천 원이던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16년 14만 4천 원까지 내려갔다가 2017년 16만 7천 원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5G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데이터 사용량은 훨씬 늘어날 테고 그만큼 가계통신비 부담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거의 유일한 통신비 견제장치인요금인가제마저 관리감독 소홀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의 발전과 이용자 편익, 공평·저렴한 요금책정 등의 합리적인 균형을 강조하며 통신서비스가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려는 경우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고, 다른 통신사들도 신규 요금제를 신고하고 매년 요금산정에 필요한 회계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자의적으로 책정한 요금을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정부에게 감독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 제3항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7년 소송 끝에 받아낸 이동통신 3사의 원가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의 요금약관 인가제도는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를 바탕으로 통신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거두어왔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과기부에 제출한 회계자료 및 인가·신고자료를 보면 신규요금제가 적정한지 면밀히 검토하고 인가를 했어야 할 정부가 통신사가 제출한 자료를 수치상 오류까지 그대로 베껴다가 도장만 찍어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제출한 엉터리 예측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LTE요금산정의 근거로 활용하고, 나아가 이미 다른 자료를 통해 밝혀진 LTE 투자계획 등의 자료를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며 비공개하는 등 일방적으로 이동통신사를 비호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비호 속에 SK텔레콤은 계속해서 원가보다 높은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난 13년간 원가를 빼고도 약 19조 4천억 원의 초과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비지출액 대비 통신비 비중이 꾸준히 4~5% 수준을 기록하며 OECD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통신사들은 고가요금제에 각종 혜택을 몰아주는 고가요금제 유도정책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왔고, 이를 견제해야 할 권한이 있는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방기해왔던 것입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와 국회도 요금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통신요금에 대한 거의 유일한 견제장치인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금인가제는 폐지가 아니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합니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기술혁신, 세계 최초 5G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상황에 장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통신망, 고가요금제를 쓰든 저가요금제를 쓰든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 그리고 높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걱정 없이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합리적인 통신요금.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이 기술혁신, 기업의 이윤, 편리함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통신공공성을 확대하여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합니다. 다가올 5G 시대에서는 통신이 ‘불편’이 아닌 ‘생사’를 좌우하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