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위장계열사를 설립해 키운 뒤, 이를 매각해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증언과 관련 자료가 새롭게 나왔다.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의 핵심 임원 A씨는 최근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내부자료를 뉴스타파와 셜록, 프레시안에 공개하며 양 회장의 횡령,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양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해 온 A씨는 지난달부터 양 회장의 각종 범죄 혐의를 제보해 온 공익신고자다.

▲ 대여금 5억 원이 ‘몬스터 주식회사’ 설립 자금이라고 기재돼 있다. 양진호가 이 회사 설립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

A씨에 따르면, 양진호 회장은 2013년 7월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외에 ‘파일쿠키’라는 또 다른 웹하드 업체를 차명으로 만들었다. 위디스크 직원들 사이에서 ‘과자’라는 은어로 불렸던 파일쿠키는 웹하드 업계 1, 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콘텐츠를 제공받아 이를 판매하는 방법으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파일쿠키는 설립 4년만에 연간 40억 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위디스크, 파일노리 시스템을 그대로 똑같이 카피해서 만들고, 그 데이터베이스와 콘텐츠를 파일쿠키와 같이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공익신고자 A씨

파일쿠키 운영회사인 주식회사 몬스터(이하 몬스터)의 서류 상 설립자는 위디스크 전 직원 임 모 씨. 임 씨는 모 대학 유도학과를 졸업한 뒤 위디스크에 입사했고, 2013년 양 회장이 벌인 대학교수 집단폭행 사건에 가담했던 인물이다. 임 씨는 양  회장이 만든 차명회사의 바지사장이었다.

양진호 ‘바지 사장’ 앞세워 위장 계열사 ‘몬스터’ 설립

실제 몬스터 창립 과정을 보면, 양 회장이 회사 설립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취재진은 공익신고자 A씨로부터 몬스터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입수했다.

먼저 몬스터의 법인등기부등본과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보면, 명의 상 대표인 임 씨는 이 회사의 설립자본금 5억 원을 한국인터넷기술원에서 빌려 충당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양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IT회사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 양 씨 소유 회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임 씨는 이 5억 원을 빌리면서 몬스터 주식을 모두 한국인터넷기술원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임 씨는 자신이 소유한 몬스터 주식을 모두 양 회장에게 넘겼는데, 2016년 8월 한국인터넷기술원과 임 씨가 체결한 ‘주식명의 신탁계약서’를 보면 명의 신탁자, 즉 주식 소유자는 한국인터넷기술원, 임 씨는 수탁자로 기재돼 있다.

2016년 8월 30일 양진호가 소유한 한국인터넷기술원과 임 씨가 주식명의신탁계약을 체결합니다. 명의신탁자가 한국인터넷기술원이고, 수탁자는 임 씨 입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임 씨를 대신해 다른 회사와 주주 간 약정서를 체결하고, 신주인수계약서도 작성합니다. 왜냐면 몬스터의 진짜 주인이 한국인터넷기술원이니까.

공익신고자 A씨
▲ 공익신고자 A씨는 당시 주식회사 몬스터 매각대금 42억 원에서 세금을 제외한 돈이 양진호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양 씨가 차명회사로 설립, 운영한 몬스터는 2016년 12월 판도라TV에 팔렸다. 매각대금은 42억 원.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된 회사가 불과 3년 만에 8배 이상 가치가 커진 것이다.

그런데 A씨는 이 매각이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매각대금 중 세금을 제외한 돈이 모두 서류 상 대표인 임 모 씨나, 명의신탁자인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아닌 양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40억 원가량 되는 매각 대금을 판도라TV가 임 씨 계좌로 입금합니다. 그런데 임 씨는 갖고 있던 통장과 돈을 위디스크 회계팀 이사한테 줍니다. 결국 몬스터 매각 대금이 양진호 손에 넘어간 거죠. 한국인터넷기술원 입장에서는 횡령이 되는 거고, 양진호 입장에서는 비자금을 조성한 거니까 탈세가 되는 거죠.

공익신고자 A씨

내부 거래 통해 회사 키워 42억 원에 매각 “횡령, 탈세 의혹 수사해야”

공익신고자 A씨에 따르면, 양 회장이 차명으로 만든 위장계열사는 몬스터 외에도 더 있다. 2013년 회사 직원 이 모 씨 명의로 만든 웹하드업체 '콘톡'과 필터링업체 뮤레카 등이 그것이다.

콘톡은 회사 내에서 '옥수수'란 은어로 불렸습니다. ‘필터링 업체’ 뮤레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설립, 운영해 매각했고요. 양 회장이 이런 식으로 위장계열사를 통해 만든 비자금은 최소 40~50억 원에 달할 겁니다.

공익신고자 A 씨
▲ 공익신고자 A씨는 위디스크의 핵심 임원 임 모 씨가 양 회장에게서 수억 원대 현금을 받아가 경찰 수사정보 수집 용도로 썼다며, 그 돈의 출처와 행방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초호화 생활을 누리는데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A씨는 그것만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7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양 회장이 위디스크 핵심 임원에게 준 억대 뭉칫돈의 출처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9월 4일 경찰이 압수수색 나왔을 때, (위드스크 핵심임원인) 임 모 씨가 ‘내일 압수수색 나온다’고 이미 임원들에게 전파를 했어요. 임 씨가 양 회장한테 현금으로 가져간 게 2억 2000만 원, 그 돈은 수사 무마용이 아니고 경찰 정보 수집용이었습니다. 변호사 비용도 많이 나갔고요. 이 돈들이 어디서 나온 건지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신고자 A씨

취재 : 강현석, 강혜인
촬영 : 최형석, 신영철, 김남범, 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 : 윤석민
CG : 윤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