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1월 22일 출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0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위원장 직권으로 경사노위 참가 안건을 올렸으나 투쟁적 조합원들 사이에서 참가 반대 정서가 강하다.

이 일각의 분위기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우선회가 놓여 있다. 문재인은 최저임금법 개악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 제조업 구조조정 등을 실행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노조 할 권리의 신장(노조 인정 포함) 등의 공약은 배신하고 있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같은 노동 개악 법안들을 연말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한다. 문재인은 11월 1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에 대해 단 한 줄의 언급도 없었다.”(민주노총)

정부가 앞장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상황에서 상당수 노동자들이 노사정 대화기구를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조중동 같은 우파 언론은 물론이고 〈한겨레〉와 〈경향신문〉 같은 중도 진보 언론도 나서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을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이다.

특히, 〈경향신문〉 11월 5일치 사설이 민주노총을 비난한 것은 심각한 왜곡을 담고 있다.

사설은 특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 – 공공기관 고용 세습에 노조원들이 연루됐다는 – 으로 민주노총에 구린 데가 있는 듯이 매도했다. 하지만 그 의혹은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 일, 금강산 남북 행사에 민주노총 참가가 불발되자 정부를 규탄한 일을 사설은 “집단이기주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두루 인정되다시피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대폭 삭감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에 임금 하향 압력을 가한다. 이에 반대하는 것이 “일부 노동자의 이익단체로 전락”한 것을 뜻하는가? 그리고 민주노총 임원만 골라서 정부가 방북을 불허한 것은 문재인 정부 평화 노선의 위선을 보여 주는 단면일 뿐이다.

노동자의 친구인 척하지만

그런데 이런 친자본가적 성격의 공격을 보니 2010년에 〈경향신문〉 사측이 광고주인 기업들을 의식해 삼성 일가의 무노조 경영 등을 비판한 김상봉 교수의 칼럼GS건설에 맞서 싸우던 서울 마포구 두리반 철거민들의 의견 광고 등의 게재를 거부한 일이 떠오른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말 경찰의 민주노총 폭력 침탈을 묵인한 일도 떠오른다. 민주노총이 경향신문사 사옥에 입주해 있으므로 언론사 사옥에 경찰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할 만도 했는데, 〈경향신문〉은 그러지 않았다.

정부의 경사노위 출범 강행과 친정부 데스크의 민주노총 비난 보도는 민주노총을 압박하려고 서로 조율한 합작품일 것이다. 출범 날짜가 민주노총의 하루 총파업(21일) 바로 다음날인 것도 이를 방증하는 듯하다.

특히,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을 정파 갈등 탓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해 온 민주노총 좌파를 고립시켜 주류파를 도우려는 술책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친사용자적인 언론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좌파의 영향력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경향신문〉이 진정한 사회 개혁 논의 기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사노위를 중시하고 싶다면, 문재인 정부의 역겨운 위선이나 잘 보도하고, 그저 말과 제스처로 한몫 보려 해 노동자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 놓는 어줍은 민주당식 줄타기나 비판할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노동계급의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이 경기 침체로 나라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고 강조한 속셈이다. 한편 〈한겨레〉의 5일치 사설이 “노동계가 들러리나 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비판할 대목이 많이 줄어든 셈”이라고 한 것은 아랫사람 대하듯 노동계를 깔보는 듯해서 불쾌하다.

민주노총이 소속 조합원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과 자신의 부문적 이익을 결합시키려 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일 것이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의 지금 문제는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경사노위 참여에 미련을 갖고 있는 바람에 문재인의 노동 개악들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고무하지 않는 것에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의 파탄이나 탄력근로제 개악 시도는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의 조건이 걸린 문제다.

2018년 11월 5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