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정종섭, 이개호, 김영진, 김학용

국회의원 300명이 쓰는 돈은 세비 외에도 한해 400억 원이 넘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부터 국회의원들이 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 3곳의 시민단체와 함께 여러 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는 정보공개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결국 소송을 걸었고 일부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1년 반의 싸움 끝에 마침내 지난달 국회 정책개발비의 지출 증빙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 정책개발비는 2017년 기준으로 132억 원에 이릅니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86억 원, 정책자료집 발간 발송비 46억 원) 이 자료를 분석하고 취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4만 쪽이 넘을 만큼 자료가 방대하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국회 정책개발비의 집행 실태를 알리기 위해 뉴스타파는 MBC 탐사기획팀과 공동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뉴스타파와 MBC는 10월 17일부터 국회 정책비에 대한 취재 결과를 3일 연속, 공동으로 보도합니다.

둘째날인 18일에는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 함평 영광 장성),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병),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에 대한 취재 결과를 보도합니다.

1. 정종섭 : 교수시절 제자에게 연구비 주고 표절 보고서

서울대 법대 교수, 행자부 장관 출신의 이른바 ‘진박’ 정치인인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은 지난 2016년 12월 ‘정치 관계법 개정 방향’에 관한 정책 연구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연구를 맡은 사람은 당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었던 김 모씨, 김 씨에게는 국회 예산 100만 원이 연구비로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에서 이상한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조언을 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런 문구는 보통 학술 논문에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보고서의 표절 가능성을 의심하고 취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전에 나온 비슷한 주제의 논문과 보고서를 일일이 찾아 대조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취재진의 의심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이 보고서의 2장은, 4년 전 경북대 학술지에 게재된 학술논문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보고서 3장과 4장도 넉달 전에 나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5장은 6개월 전 중앙선관위와 한국법제연구원의 공동 연구보고서를 복사하듯 옮겨왔습니다. 참고문헌 표기, 인용 및 출처 표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김 씨의 정체였습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 씨는 정종섭 의원이 서울대 법대 교수를 하던 시절, 정 의원의 제자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종섭 의원실에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정종섭 의원실의 보좌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대한 자문을 김 씨에게 의뢰했는데 그 내용을 가지고는 연구 용역 보고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회계 처리를 위해 기존에 본인이 썼던 논문 중에 추려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즉 김 씨에게 다른 일을 맡겼지만 그 일로는 돈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표절 보고서라도 받아서 돈을 줬다는 얘기입니다. 해명이 사실이라면 정종섭 의원은 자신을 돕던 제자에게 국회 예산으로 돈을 주기 위해 표절 보고서를 먼저 요구한 셈입니다.

뉴스타파 기자가 정종섭 의원을 직접 만나 입장을 물었지만 정종섭 의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보좌관에게 물어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후 정종섭 의원실은 “해당 정책 보고서는 국회의원 자문용 비공개 보고서였고, 전문기관이 표절 등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면 연구비 전액을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2. 이개호 : ‘자기표절 재탕 보고서’에 연구비 300만 원

이개호 농림축산부 장관(전남 담양 함평 영광 장성)은 2016년 3월 19대 국회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친환경 농산물 중국 수출’을 주제로 한 정책 연구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와 가까운 광주 전남 연구원의 조 모 씨에게 연구 용역을 맡긴 뒤 3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보고서는 2년 전 조 씨 본인이 발표한 정책 연구를 서론부터 결론까지 100%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목만 조금 다를 뿐 글의 내용이나 그림, 도표까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인용이나 출처 표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개호 장관측에 입장을 문의한 결과 “국회의원 정책 연구는 전문적인 학술 연구가 아니며 표절로 주장하는 것은 정책 보고서의 특성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의 정책개발비 지급 안내 자료를 보면, 다른 자료를 인용할 경우 반드시 인용 출처를 명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불필요한 정책 연구 용역을 굳이 왜 했는가도 의문입니다. 해당 분야의 자료가 필요했다면 2년 전의 보고서를 참고하면 되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300만 원이나 들여 정책 연구를 맡길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이개호 장관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표절이 된 게 확인이 되면 연구비 반납 등 여러가지 조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 김영진: 인턴과 친구에게 연구비 수백만 원, 경력도 허위 기재?

더불어 민주당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병)은 지난 2016년 <직접 민주주의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이라는 정책 연구를 89년생 김 모 씨에게 맡겼습니다. 국회 정책개발비 18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김영진 의원실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김 씨의 직업은 모 회계법인의 회계사였습니다. 서류대로라면 ‘직접 민주주의 제도’에 관한 정책 연구를 회계사에게 맡긴 것입니다.

김영진 의원실에 문의해봤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뉴스타파는 김 모 씨를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그 결과 김 씨는 해당 회계법인에 다닌 적도, 공인회계사로 등록된 적도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알고보니 김 씨는 김영진 의원실의 전직 인턴 비서였습니다. 자기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사람에게 연구 용역을 맡겨놓고는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서류에는 직업을 회계사로 기재한 것입니다.

취재 결과를 제시하자 김영진 의원실은 “인턴을 하다가 그만두고 쉴 때 연구 용역을 줬다”면서 “당에서의 경험도 있고 국회에서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용역을 수행할만한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용역을 수행한 김 모 씨는 대학을 갓 졸업한 상태였습니다. 김 씨의 직업을 회계사라고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한 오기이며 사무처에 ‘프리랜서’로 정정 기재 요청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영진 의원은 지난해 자신의 친구인 허 모 씨에게도 정책연구 3건을 맡기고 정책개발비 59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허 씨가 맡은 정책연구의 주제는 다양했습니다. 정당 연구인 , 북한 연구인 , 행정 연구인 가 그것들입니다.  한 사람이 이 세 가지 분야에 모두 전문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허 씨는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로 쉬고 있었을 때 김영진 의원이 친구라서 할 수 있는 용역이 있는지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용돈 벌이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지만 그때 그런 것도 좀 있었다”라고 시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영진 의원은 자신의 의원실 출신 직원의 인건비와 친구의 용돈을 챙기는 데 정책연구비를 전용한 것입니다.

4. 김학용 : ‘재탕 보고서’로 전직 인턴 비서들에게 연구비 수백만 원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지난 2016년 12월 <2016년도 정책설문조사> 라는 정책 연구 용역을 송 모 씨에게 맡겼습니다. 설문 조사를 수행하고 결과를 분석해야 하는 연구 용역이기 때문에 한 개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주제로 보입니다. 이 정책연구 용역에는 국회 예산 23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취재 결과 송 씨는 김학용 의원실에서 일하던 전직 인턴 비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송 씨가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이미 한 달 전인 2016년 11월 김학용 의원실이 냈던 보도자료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미 보도자료까지 냈던 설문조사 결과를 한 달 뒤에 재탕하는 수법으로 전직 인턴 비서에게 연구비를 챙겨준 것입니다.

김학용 의원이 2016년 12월에 진행한  <방치된 폐사지 문화재적 가치복원방안>이라는 정책연구도 김학용 의원실의 전직 인턴 비서 홍 모 씨가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역시 국회 예산 11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김학용 의원실은 이들의 인턴 계약기간이 끝나 더 이상 급여를 줄 수 없게 돼 정책연구비를 활용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해명했습니다. 즉 인턴 계약 기간이 끝나 더 이상 규정에 따른 인건비로는 급여를 줄 수 없게 되자 일을 계속 시키면서 정책개발비를 전용해 인건비로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국회사무처에 의원실 전직 직원이나 지인에게 정책연구를 맡기는 것이 입법 및 정책개발비 사용 기준에 부합하는지 공식 질의했습니다. 국회사무처는 “집행의 적정성은 정책개발과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 집행 상황을 고려하여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의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예산의 취지에 어긋난 사례”라며 “부적절한 예산집행이며 세금 환수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타파와 MBC 공동 취재 프로젝트 다음 기사는 19일에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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