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
“사회적으로 받은 상처는
사회적으로 바로 잡혔을 때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윤은주 회원팀 간사 [email protected]
2년 반 일하고, 12년 2개월을 싸운 KTX 해고승무원들의 눈물의 복직 기사 많이들 보셨지요? 지난 7월 21일 철도노조와 코레일이 해고 승무원 18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난하고 긴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이들이 있어 그래도 이렇게나마 해결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싸움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경실련 회원이라는 사실이 번쩍 떠올라 축하도 드리고,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도 회원들과 나누면 좋겠다 싶어 회원인터뷰를 요청 드렸는데 흔쾌히 만나주셨습니다.
“아직도 서울역 가서 농성해야 할 것 같고, 아직도 안 끝난 것 같아요”
인터뷰를 위해 철도노조 사무실이 있는 용산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승하 회원의 첫 마디였습니다. 그만큼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뜻일 텐데, 김승하 회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지난 9월 4일 용산역 인근에서 만난 김승하 회원
Q. 먼저 다시 한 번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랜 기간 애 많이 쓰셨어요. 복직합의 소식 이후 한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A: 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대전 본사 가서 면접 볼 예정이고요, 적성검사 시험도 봐야 되고, 서류 떼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전, 부산 돌아다니면서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러 많이 다녔고 다니고 있어요. 지난 8월 22일에는 ‘KTX 해고승무원 직접고용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문화재를 했었어요. 감사드려야 되는 분들 초대해서 다 일일이 찾아가지 못하니까 다 같이 만나서 감사인사도 드리고 이번에 복직대상 되는 사람들 거의 120명 정도 모였었어요, 그동안 못 본지 못 본지 몇 년 된 사람들 얼굴 보고, 저희가 한꺼번에 복직하는 게 아니라 33명 먼저 복직하고 내년 상반기에 순차적으로 티오가 나는 대로 순서대로 복직을 하게 되거든요. 아마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얼굴보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겠다 싶어 행사를 마련했어요. 사실 좀 정신없이 얼레벌레 지나다보니까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이번 달은 조금 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Q. 첫 출근은 언제부터 하시나요?
A: 아직 배치가 안 돼서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어요. 아마 10월이나 11월 돼야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입사전형 준비 하고 있어요. 신체검사도 받아야 되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대전 본사 가서 면접 볼 것 같아요. 적성검사 시험도 봐야 되고, 서류 떼는 것 준비하고 있어요.
Q. 이제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은 사임하시는 건가요?
A: 아 이제 KTX 열차승무지부가 아예 없어지는 거예요. 이제 저희가 각 역으로 발령을 따로 받게 돼요. 우선 이번에 합의한 것 중 승무 업무는 논의가 진행 중이거든요. 그 논의가 완료되면 전환배치 하겠다는 걸 약속했지만 지금 당장은 저희 대부분 역무직으로 가게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열차승무지부는 완전히 사라지고 각 역에 속하게 되면 역 지부의 조합원이 되는 거죠.
Q. 이번 채용은 특별채용인가요? 정규직으로 복귀하시는 거죠? 이번에 복직이 결정된 180명 전원 복직하시는 건가요?
A: 경력직 채용으로 특별채용이긴 한데, 거의 신입사원 채용하는 것처럼 다시 모든 전형을 그대로 보는 거죠. 전체 정리해고 된 인원은 290명이었고, 소송에 참여하신 분이 180명이었어요. 처음에는 끝까지 투쟁한 33명만 복직해준다고 했었는데 협상 끝에 소송에 참여한 180명 모두 복직하게 됐죠.
정규직으로 복직하는 거 맞구요. 근데 거의 신입이라 사실 고민스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실제 복직을 안 하는 분들도 3명 정도 되고요. 가끔씩 저희 기사보고 댓글다시는 것 보면 그냥 그 시간에 다른데 가서 취업을 했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은 취업을 했거든요.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이후에 활동을 한다든지 휴가를 내고 활동을 한다든지, 집회에 나선다던지 이런 식으로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다른 직장을 다닌 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거죠. 이미 과장급이 된 친구들은 이번에 복직하면 월급이 지금보다 반 토막 나는 경우도 있어요. 초봉, 신입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자리 잡은 친구들은 많은 걸 포기하고 복직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이 일을 위해 싸웠기 때문에 지금 직장 조건이 더 좋아도 그만두고 복직하겠다는 거죠.
Q. 이번 KTX 사태의 근본 문제가 무엇이고, 앞으로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A: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은 저는 사실 IMF를 잘 모르고 지나갔지만, 그 IMF 때 파견법이 생겼잖아요. KTX 승무원이 처음으로 계약직 자회사로 파견되어있는 그런 형태로 고용을 할 수 있었던 게 우선은 IMF때 법제가 바뀌면서 그런 근거가 마련 된 거죠. 그러면서 신자유주의를 외치게 되고 글로벌한 세계화 이런 것들에 경쟁하지 않아야하는 것 까지도 무한경쟁 체제로 도입을 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기업 경영을 잘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인식되면서 철도도 자회사에 사람을 주게 되면 이것이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지출되면서 철도공사 경영평가도 높게 받고 이런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다고 봐요. 그러면서도 여성들만 뽑혔던 건 기본적으로 철도공사의 마인드 자체가 스튜어디스, 예쁠 때 잠깐 쓰고 버리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체 승무원들을 여성으로, 팀장이랑 남자 승무원들은 놔두면서 여성 승무원들만 비정규직에다가 자회사 이런 고용 구조로 서슴없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거죠. 이런 배경 하에서 여성 차별 문제까지. 그리고 모든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평가를 잘 받게 되면 연말에 성과급이 올라가거든요. 그리고 철도공사 안에서 자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막 생겼는데 고위직이 퇴직을 하면 그 사람들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회사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Q.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제일 큰 피해자중 하나이신데, 사법농단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희 문제도 사실은 양승태 사법부의 그 문건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아마 해결 안됐을 거예요. 아마 그게 핵심적으로 작용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정치적으로 풀린 문제이죠.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는데 다른 사법농단의 피해자분들이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쌍용차도 그중에 하나고. 전교조도 그렇고. 그런 분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회의 체계가 있어요. 그쪽에서 계획이 닿는 대로 활동도 하고 또 지금 국회 안에서 특별법이라든지 이런 게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하시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계속 참여할 생각이에요.
쌍용차 문제는 제발 좀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그 더운 날, 지난여름 너무 더웠잖아요. 바닥에 누우면 익을 정도로 뜨거운데 그걸 또 하신다 하셔서 되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근데 만약에 저 같아도 만약에 저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더라면 나 같아도 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분들 심정이 이해가 가요. 아무리 덥다고 해도 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이상 그런 것들 안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활동을, 역할을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사법농단 관련된 부분이에요. 이건 분명히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책임, 철저한 수사, 수사에 대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까지 다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것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돌아가신 한 분을 위해서도 저희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승무업무 전환 배치 및 직접고용 등 과제가 남아있다고 하셨어요.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A: 저희가 싸웠던 목적이 승무업무를 직접고용 시켜야 된다는 것이 목적이었고 다들 그렇게 되기를 바랐는데 아직 갈 길이 많은 거죠. 뭔가 이번이 해결될 수 있는 그나마 기회라고 생각을 해서 합의를 하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겁고 개운하지 못하고 그런 건 분명히 있어요. 영화 헝거게임 보셨어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있어서 가난한 동네에서 사람들을 뽑아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을 시키면서 1등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부자 동네에서 살게 해주는 건데 주인공이 이런 구조에 저항하고 이런 체제가 잘못됐다 하면서 다 같이 싸워나가는 이야기에요. 제가 그런 느낌이 들어요. 헝거게임에서 을끼리 싸우게 만든 구조를 바꾼 사람이 아니라 그냥 그중에서 1등을 한 사람이구나. 그래서 부자동네에서 1등을 한 사람은 너네들도 열심히 하면 이렇게 살 수 있어. 너네들 서로 죽고 죽여서 살아남은 사람은 이렇게 떵떵거리고 살 수 있어. 야 얘네들 해결하는 거 봤잖아. 마치 우리 문제가 그 사람들이 시혜를 베풀어서 풀린 그런 케이스로 홍보가 되는 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어 씁쓸했어요.
Q. 경실련 회원 인터뷰로 요청 드린 건데, 경실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나요?
A: 저희가 기자회견 하면 시민단체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경실련도 그렇구요. 그러면서 인연이 돼서 가입을 하게 됐어요. 아직 제가 많은 걸 알지 못하는데 경실련 소식지는 잘 보고 있어요. 덕분에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랄까. 뭔가 뉴스를 잘 챙겨보고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그래도 경제 관련해서 경제라고 하면 숫자, 머리 아프고 굳이 뭐 찾아봐야 되나 하면서 좀 멀리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사실은 당하는 거잖아요, 이런 생각은 그래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되겠다 하는 것들을 짚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죠.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철도노조 한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무런 계획도 하지 말고 그냥 현재에만 충실하고 그냥 쉬라고. 근데 그 말이 제일 위로가 되고 너무 좋았어요. 다른 분들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열심히 앞으로도 노동계에서 활동을 해야 되고… 막 그러시는데 이제 뭐 사실 저도 지부장이라는 타이틀이 없어지고 KTX 열차승무지부가 없어지면서 다른 지부 조합원으로 돌아가게 되잖아요. 그게 제일 기뻐요. 이제 지부장 끝! 우리가 남은 미션도 분명히 있지만 이건 장기적인 미션인거고요. 우선 지금 당장은 좀 끝났으니 쉬어. 그런다고 사실 쉬어지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마음이 풀어지지 못한 그런 게 있어서 저희도 심리상담 같은 걸 할 계획이 있어요. 뭔가 하나하나 아직도 쌍용자동차 이런 것 때문에도 마음이 불편한 것들이 있어서 조금 조금씩 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들이 다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나는 옳다고 생각해서 뛰어들었지만 정말 십몇 년 동안 왜 너네 그러고 있니. 그거 안 되는 거야.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이런 식으로 너네들이 그걸 붙잡고 있는 게 바보 같은 거야.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어쨌든 풀렸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받았던 비난들, 상처들이 하루아침에 됐으니까 풀리는 게 아니거든요. 이런 것들이 치유되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고 그러려면 사회적으로 받은 상처는 사회적으로 바로 잡혔을 때 이게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나중에 출근을 하고 너희들이 싸워서 뭔가 됐어 라는 식으로 위로도 사람들한테 많이 받고 그래야 좀 나아지지 않을까, 아직은 조금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며 지내려고 합니다.
복직 소식을 듣고 마냥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김승하 회원을 직접 만나 뵙고 나니 좋은 일이라 다행이기도 하지만 한편 무거운 마음과 여러 고민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일단 잘 쉬고, 회복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회원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사회 희망의 씨앗이 되는 사건을 만들고 계시니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