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과연 소득주도 성장은 무엇을 말하는 지, 어떤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바라봐야 할 지, 학회에 발표한 김태일 교수님의 글을 요약해봤습니다. 글 전문은 첨부 파일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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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경제성장 전략이다. 이 전략은 처음 천명했을 때부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1년이 더 지난 지금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 처방으로서 금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었다. 그리고 6개월이 더 지난 지금, 고용 증가 실적은 저조하고 가계소득 양극화는 전년도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고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등장 배경

 

 한 국가에서 창출한 모든 부가가치를 더한 것이 국민소득이다. 국민소득 창출에는 노동과 자본이 사용되며, 따라서 창출한 국민소득은 노동의 몫과 자본의 몫, 즉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이 점유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 선진국 경제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 일본, 독일 그리고 16개 선진국 평균 모두 197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후반 80%에 달하던 노동소득 분배율이 2010년에는 65% 이하로, 15%P 이상 낮아졌다. 다른 국가들도 1970년대 중후반 최고점에 달한 노동소득 분배율이 2010년경에는 10%P 이상 하락했다.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추세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상승 추세였다가 외환위기 이후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사이에 노동소득 분배율은 10%P 이상 하락하였다. 

 이러한 추세가 갖는 함의는 분명하다. 불평등 증가 혹은 소득분배 악화다. 자본소득은 대체로 고소득자에게 귀속된다. 그리고 중하위 계층의 소득은 대부분 노동소득이다. 따라서 국민소득 중 자본의 몫이 증가하고 노동의 몫이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분배가 악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그리고 이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는 분배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바로 소득(임금)주도 성장론의 주장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등장 배경과 내용

 

 원래의 명칭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임금주도 성장(wage led growth )이다. 하지만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소득도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임금주도 대신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부른다(따라서 이때의 소득은 자본소득을 제외한 노동소득을 지칭한다). 임금주도 성장론은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를 계승하는 포스트 케인지언 계열에서 나온 것이다. 케인스 학파는 경제의 수요와 공급 중에서 ‘수요’의 역할을 중시한다. 케인스는 정부지출 확대→총수요 증가→경제성장의 경로를 제시했다. 이에 비해 임금주도 성장론은 정부지출은 논외로 하고, 민간 내의 자본과 노동소득 분배율 변화를 통한 경제성장 경로를 제시한다. 기본논리는 단순하다.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비를 많이 하고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자본소득은 거의 고소득층에게 귀속되며 중하위층의 소득은 대부분 노동소득이다. 따라서 국민소득 중 자본소득을 줄이고 노동소득을 늘리면 전체소비는 늘어난다. 그러면 노동소득분배율 증가→소비 증가→총수요 증가→경제성장의 경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증가하면, 자본 수익률(기업 이윤율)이 하락함으로써 투자가 감소 될 수 있다. 한편 노동소득 분배율 상승은 기업의 인건비 증가를 가져오는데 이는 수출품의 상대가격을 높이고 수입품의 상대가격을 낮춘다. 따라서 순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Bhaduri & Marilin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높아질 때 총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를 임금주도 수요체제, 총수요가 감소하는 경우를 이윤주도 수요체제라고 명명했다. 

 통상의 소득주도성장 모형은 수요 측면만을 고려한다. 그런데 임금(노동소득 분배율) 상승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생산성) 측면에도 영향을 준다. 소득분배율 상승이 소비를 늘리면 설비가동률이 높아진다. 주어진 노동공급에서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면 노동 생산성은 높아진다. 일종의 규모 경제가 작용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버둔 효과라고 한다. 또한, 소비 증가는 신규 투자도 촉진하는데, 신규 투자증가는 성능이 개선된 기계 설비의 도입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인다. 이처럼 수요 증가가 투자 촉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칼도 효과라고 한다. 그리고 이 둘을 합쳐서 칼도-버둔 효과라고 한다. 또 임금상승은 노동 절약적인 설비투자 혹은 기술진보를 촉진함으로써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단, 이 경우 노동공급은 감소한다. 이를 임금주도 기술진보 효과라고 한다. 그리고 효율 임금 이론에 따르면 실질임금 상승은 해고의 기회비용을 높이므로 노동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하게 하는 동기 부여를 하는데, 이는 곧 노동 생산성 향상을 의미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둘러싼 기존 쟁점

 

1) 개방 경제에서의 효과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서 수출경쟁력 확보가 중요한데, 소득주도 성장론의 주장처럼 실질임금을 높이면 비용 증가로 수출경쟁력이 낮아져서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는 주장이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지지하는 측에서 본다면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노동소득 분배율 상승이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 가정되지만, 소비 증대 효과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으면 수요주도 체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에 따른 정책 처방을 사용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내수중심의 경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2) 장기 성장전략으로서의 유효성 

 

경제 침체기의 수요 확대 정책이 불황 타개책으로 유효하다는 점은 교조적인 합리적 기대론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 혹은 중기적인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책이지 장기적인 성장정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노동소득 분배율 증가가 칼도-버둔 효과나 임금주도 기술진보 효과를 가질 수 있고, 그 경우 노동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크기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기술진보와 투자를 통한 노동 생산성 향상의 원천은 혁신이다. 그리고 혁신을 이끄는 동력은 혁신적인 기업가(발명가)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다. 기업가의 혁신 유발의 동기는 ‘이윤’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필자의 문제의식

 

1) 소득분배율 결정의 내생성

 

노동소득 분배율은 대체로 내생적으로 결정된다. 경제가 호황이면 노동 공급량이 늘거나 임금이 상승하거나 자영업자의 소득이 늘어나며, 불황이면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노동소득 분배율이 변화한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조의 임금 협상력 강화 등에 의해 외생적으로 임금상승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 처방을 사용한다는 것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외생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관한 실증연구들은 과거 수십 년간의 시계열 자료를 이용한다. 그런데 분석 기간의 노동소득 분배율 변화는 대체로 내생적으로 이뤄진 부분이 외생적으로 이뤄진 부분보다 클 것이다. 내생적으로 결정된 자료로부터 얻은 추정치를 두고, 외생적으로 결정했을 때 유사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노동소득의 총량은 가격×양(임금수준×노동시장 참여 규모)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외생적으로 임금을 올린다고 해도 이로 인한 고용 감소 혹은 자영업자의 비용증가(즉 자영업자의 소득감소)가 크다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얼마나 높아질지 알기 어렵다. 특히 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은 거의 전부 내생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임금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을 포함할 때는 이 문제가 더욱 커진다. 그리고 외생적인 임금인상이라도 최저임금 인상처럼 저임금 계층의 임금을 올리는지, 아니면 노조의 협상력 강화를 통해 중간계층의 임금을 올리는지 등에 따라서도 효과는 달라진다. 최저임금 인상은 내수중심인 서비스 부문 기업, 주로 자영업의 비용 상승을 가져온다. 이에 비해 노조의 협상력 강화를 통한 임금인상은 주로 제조업 분야 대기업들의 비용 상승을 가져온다. 어느 계층의 소득이 상승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에 따라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효과는 달라진다. 

 

2) 시차의 존재

 

앞서 소득주도 성장의 성장전략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주류 경제학자들도 이것이 단기에는 가능해도 장기적인 성장전략이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소득주도 성장이 단기적인 성장전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불황기에 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은 불황 타개책으로 효과적이다. 그래서 각국의 정부는 불황을 겪으면 수요 진작 정책을 펼친다. 그런데 수요 진작 정책은 거의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이뤄진다. 불황 타개책으로 최저임금 인상 같은 민간부문 내의 분배 변화 정책을 사용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 불황기의 재정 확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민간 수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총수요를 직접 늘린다. 그래서 수요 진작 효과가 확실하다. 하지만 민간부문 내의 분배 변화는 총수요에 +와 – 효과가 모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설령 소득주도 수요체제여서 총수요에 미치는 순 효과가 +라고 해도 정부지출보다는 효과가 훨씬 늦게 나타난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처방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이는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은 단기적인 성장전략 혹은 불황 타개책이 될 수 없다. 그 대신 나는 소득주도 성장은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필요한 이유

 

1) 불평등 심화는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한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임금 격차가 계속 커졌다. 그리고 한국은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임금 격차가 급속히 줄었으나, 그 이후부터 2007년까지는 미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었다. 향후 노동소득분배율 감소(자본 몫 증가와 노동 몫 감소) 경향이 지속하여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는 것을 그대로 놓아두어도 괜찮을까? 물론 아니다. 극심한 불평등은 사회 불안정을 가져오고 이는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라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주장이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소득주도 경제체제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이 지속하여 분배 악화가 심화하면 경제사회 시스템의 기반이 침식되고 이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2) 시장경제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서는 계약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장경제는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을 둔 계약으로 수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참여자들이 대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계약은 불공정한 계약이며, 불공정한 계약으로 수행되는 시장경제는 역시 불공정하다. 한국경제의 불평등은 상당 부분 참여자들의 대등한 지위가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참여자가 이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함으로써 발생한다.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본사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고용주와 피고용인, 임대인과 임차인 등 다양한 관계에서 참여자들은 대등한 지위가 아니며, 어느 한쪽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득을 취한다. 이는 시장경제의 공정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또 효율성을 훼손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대표적인 처방 중 하나가 노동조합의 협상력 강화를 통해 임금을 높임으로써 노동소득 분배율을 올리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통한 단체임금협상은 임금 계약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다.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 약화가 지난 수십 년에 걸친 노동소득 분배율 악화의 주원인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도 동일한 맥락으로서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참여자들 간 불평등을 완화하여 시장경제의 공정성을 높이는 정책은 임금 계약뿐 아니라 원하청 관계,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부문에서 시장경제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게 된다. 예를 들어 원청보다는 하청기업에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상대적으로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 귀속 몫이 더 클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의 노동 분배율을 높이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는, 다양한 부문에서 계약의 공정성을 높이는 정책들이 직접 임금을 올리는 정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이제는 성장전략으로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수요 진작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경제 성장론에 따르면 수요 부족(공급에 못 미치는 수요)은 단기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일시적인 정부지출 확대로 수요를 늘릴 것을 권한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는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 중심의 지식기반 탈산업사회, 여기에 세계화가 더해진 오늘의 경제에서는 노동 절약적인 기술진보에 따라 생산물의 배분에서 노동의 몫은 줄고 자본의 몫은 늘었다. 게다가 세계화는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을 부추겨서 노동 몫의 감소를 촉진했다. 생산 능력은 계속 향상되었으나 수요는 그에 맞춰 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 혹은 수요 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성적인 것이 되었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는 것은 단기간은 가능해도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만성적인 수요 부족은 정부지출 확대보다는 민간 수요 증가로 대응해야 한다.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이 만성적인 수요 부족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며,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는(혹은 하락을 억제하는) 정책은 수요 부족에 대한 대응책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장정책 평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성장전략의 네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적절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성장전략으로서 ‘소득주도 성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에는 소득주도 성장을 단기적인 내수 진작책으로 인식한 듯하다. 그래서 16.4%의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소비 진작으로 고용 감소 없이 경제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최소화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높이도록 설계하고 실행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의 처방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 수단 혹은 직접 성장을 유발하는 수단이 아니다. 이는 시장경제가 본연의 기능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기반 구축으로서, 시장경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에 해당한다. ‘공정 경제’가 직접 성장을 견인하는 수단이 아니듯이 소득주도 성장론의 처방도 직접적인 성장 견인 수단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론과 향후 한국경제의 방향

 

첫째, 소득주도 성장은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할 것: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조금씩 꾸준히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 임금 계약 이외에 다양한 부문에서 계약의 공정성을 높이는 정책도 중요하게 추진할 것: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의 수익 구조에 대해 규제했다. 이들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완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 셋은 계약 쌍방의 지위가 대등하지 못함에 따라 계약의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즉 시장경제의 공정성 확립을 위한 것이며, 이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불평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물론 이 규제 정책들 역시 단기적인 처방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작용을 줄이면서 조금씩 꾸준히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추가적인 제안들

 

1) ‘노동소득 분배율’을 중장기 경제 전략의 지표로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라는 것(혹은 하락을 막으라는 것)이다. 이는 꼭 소득주도 성장론의 주장이 아니라도 필요하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불평등 심화를 가져오고, 이는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의 기반을 침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경제 전략을 세울 때, 경제성장률이나 국가채무 수준, 지니계수 등의 지표를 확인하며 관리하듯이 노동소득 분배율도 지표로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이와 같은 ‘노동소득 분배율’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노동소득 성장론을 가장 그 취지에 맞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한국경제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복지지출 확대도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민간부문에서의 수요 증가, 그것도 분배 변화를 통한 소비 수요 증가를 강조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분배 변화를 통한 소비 증가를 강조한 것은, 이 이론이 등장할 당시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탈산업화 사회, 세계화 시대로 옮겨가면서, 이미 정부지출 비중은 높고 국가채무도 많아서, (일시적인 경기 대응이 아닌)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대해 재정지출 확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불평등 심화도 심각한데 역시 복지지출 확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민간의 노동소득 증가를 통한 수요 증대를 주장한 것이다. 

한국은 서구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의 복지지출 비중은 서구국가 복지지출 비중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복지지출의 혜택은 대체로 고소득계층보다는 저소득계층에게 더 많이 간다. 반대로 복지지출의 재원은 대체로 저소득계층보다는 고소득계층이 더 많이 부담한다. 그래서 복지지출은 저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고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을 줄인다. 노동소득 분배율을 관리한다고 해도 시장소득만 대상으로 해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조세와 이전지출을 포함한 가처분소득 의 관리, 가처분소득의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다. 즉 시장경제의 공정성 회복을 통한 시장소득 불평등 완화와 함께 복지지출 확대를 통한 가처분소득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다. 

 

3) 성장전략 체계 내에서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 전략은 ‘공정 경쟁, 사회안전망, 인적자본투자의 바탕 위에 혁신 통한 성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혁신 유발을 위해서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충분한 보상이다. 사회통념에 배치될 만큼 지나친 것이 아니라면, 보상이 클수록 혁신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가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수준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혁신이 활발한 경제가 되려면 혁신 성공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그 결과로 생기는 시장소득 불평등은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에 따른 불평등은 지대추구행위 등 불공정 경쟁에 따른 불평등과는 다르다. 이에 대한 대응은 보상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공공의 인적자본투자 확충으로 출발선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함으로써 혁신 참여의 기회가 널리 개방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통해 뒤처진 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득주도 성장론을 포함한 공정 경제’, ‘복지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과 인적자본투자 강화’, 그리고 ‘혁신’의 셋이 성장전략 체계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명확히 하고,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십여 년 전,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카스는 “건전한 경제학에 가장 해로운 것은 분배문제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틀렸다. 이제는 분배문제를 고려하지 않고는 경제성장을 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