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주가 지났습니다. 지리산 오지로 떠난다는 생각에 들떴던 기분이 이제는 아주 조금만 남아있는 가슴..
나미순 회원이 보내주신 그날의 사진을 보며 '어서 후기를 써서 추억을 곱씹어야지!' 했던 것이 지난주. ^^;;
신을 가다듬고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8, 걷기예찬 회원들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살짝 벗어난 곳으로 걸음 했습니다.
전기도 없고 편안한 화장실도 없는 산속의 집이었지만 집 바로 옆에 물이 있고 언제든 산 속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쉴 수 있는 정자가 자리한 곳, 어름터 독가촌은 예전에 화전민이 살던 집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준현씨가 공간을 정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준현씨는 하루 묵어가는 우리를 조용하게(이런저런 잔소리를 해주며 ^^) 안내해주었습니다.



약속시간이 되어 함양 마천터미널로 하나 둘 모였습니다. 이번 걸음에는 침낭, 텐트, 음식거리 등 챙길 것이 많다보니 다들 짐이 한아름이었습니다다행히도 차로 짐을 이동할 수 있어 반갑게 낮밥을 나누고 가뿐하게 어름터 독가촌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요. 오르는 길에 우리는 기겁.. ‘이 길을 차를 운전하셔서 가신 거....... 맞는거죠튼튼한 차 선전에 나올 법한 길을 운전하느라 바다아부지와 하권목 만능자연인은 고생을 했다는... 다시 한 번 노고에 고마움 전합니다!!
오르는 동안에는 곳곳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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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둘, 헛둘. 어름터 독가촌으로 향하기 전 몸을 풀어봅니다. 홍성철회원님..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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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촌의 주인장처럼 앉아계시는 정재욱샘. 회원들이 벽송사에 다녀올 동안 손유주영님과 방안을 깨끗하게 청소해주셨습니다. 옆에 배테랑 운전 솜씨를 발휘하신 바다아버지도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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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남 이원식회원의 장작패기 ^^ 이날 벽송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며 회원들은 모두 뗄감 하나씩 끌고 와 준현씨에게 보태주었답니다.(옆에 조성천교무님.. 가소롭다는 표정이신가요? :P)

가득한 짐들을 풀고 저녁밥 준비를 하고 벽송사로 향했습니다. 우리끼리는 찾아가기 힘든 길을 걷느라 집주인 준현씨가 앞장서 절로 향했습니다.
가벼운 산보 정도로 생각했는데 벽송사까지는 우리가 독가촌으로 오른 길만치 거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벽송사는 편안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고 군데군데 붉은 꽃이 하늘과 어우러져 절을 더 아름답게 했습니다. 나무 아래 정자에 걸터앉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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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벽송사를 편안한 황희선회원과 편안하게 바라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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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모 F4... 홍성철, 이원식, 하권목샘까지~ 한 분 어디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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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사에 있는 소나무. 이렇게 아래에서 보니 또 색다릅니다.

미정팀장님이 천까지 준비해와 삶아지고 있는 우리의 백숙을 먹으러 다시 독가촌으로 출발했습니다.
독가촌을 지키고 있던 정재욱&손유주영 콤비가 우리의 저녁을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내심 밥상을 다 차리고 기다리시는거 아니야~? 라며 농담처럼 걱정을 했는데 우리는.. :P
다들 적당히 씻고 상을 차렸습니다. 이손 저손이 보태 가득해진 반찬으로 모두가 배불리 맛있는 산 속에서의 음식이었습니다. 아직도 김영희회원의 아삭했던 매실장아찌 생각을 하면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산 속의 어둠은 금세 찾아왔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많은 준비를 했나봅니다. 우리들이 밝힌 랜턴으로 기대했던 어둠 속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으네요 지금 와 생각하니. 어쨌든 그 밤의 끝을 놓아주지 못한 회원들은 기타와 노래와 웃음으로 산 속 공기를 채웠습니다.
! 저녁에 혼자 100리터는 되어 보이는 배낭을 짊어지고 도착했던 송현섭 회원! 어찌나 반갑던지요 저 멀리 다가오시는데. 바쁜 시기라 온전히 함께 걸음은 못하셨지만 걷기예찬 회원들을 두 달 연속 만나지 못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하시고 먼 길 달려오셨다는.^^ 다음 날도 일찍이 일터로 떠나신 다정한 현섭회원 덕분에 우리 모두 훈훈한 마음으로 반가운 시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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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의 끝을 잡고. 일찍 잠든 저는.. 시끌시끌함을 느끼며, 그래도 곤히 잘 잤습니다. ^^

아침 준비도 모두 뚝딱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은 찬거리며 간식들은 준현씨에게 전하고 우리는 가벼운 배낭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습니다.
올랐던 길이지만 내려가는 길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했고 올 때에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정자와 폭포에서 쉬어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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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보지 못했던 쌍폭포를 마주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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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답다. 설거지 하느라 고생하신 신귀선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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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아요. 김영희회원의 모자, 이미정팀장님의 소녀같은 뒷모습이 숲속 초록빛과 함께 있으니 사랑스럽습니다. 나미순회원의 사진은 늘 기대기대 ^^ (옆에 붙어 다녀야지..!)

그렇게 무사히 걸음을 마무리하고 헤어짐의 시간이 왔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어죽도 맛있었고 아쉬움을 달래준 홍성철회원의 커피와 아스크림이 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다시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불이 있고 편안한 화장실이 있는 보금자리로요. 한 동안은 허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의 소리와 바람과 정말 밤다운 어둠이요. (어떠신가요 2주가 흐른 지금? ^^)  

준현씨도 허전했겠죠 우리가 돌아가고?
뭐랄까.. 준현씨만 두고 나오는 거 같은 기분도 들고, 괜히 조용히 지내는 댁에 부산스럽게 다녀가 허전함만 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주제 넘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준현씨는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

 9월에는 월악산국립공원 선암골생태유람길을 걷습니다. 단풍을 만날 수 있을까요? 너무 이른가?! 아무튼 우리는 만나요!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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