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 인권운동 활동가가 언론이 몰카 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남녀 대결 양상으로 다루고 있거나 차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여성 몰카 범죄에 대한 안이한 수사 태도를 반성해야 하며, 언론은 보다 적극적으로 보도를 해야 합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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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결이 아니라 성차별

몰카범죄 수사에 대한 근본적 문제 짚는 기사 많아져야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활동가)

 

지난 5월19일(토)에 빨간색의 옷을 입은 1만 명의 여성들이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모였다. ‘몰카 편파수사’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여성모델이 남성 누드모델을 몰래 찍어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사건을 경찰이 신속하게 처리하자 여성들이 과거 경찰의 수사행태가 떠올라 분통이 터져 거리로 나온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몰래카메라에 찍히면서 삶이 망가지고 있다. 온라인에 유포하기도 하고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알몸이나 엉덩이나 가슴 같은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성관계 장면인 경우도 있다. 학교나 일터에서 당하기도 하고, 여행지나 화장실인 경우도 있다. 도대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없다. 가해자는 가까운 지인이나 애인이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경우도 있다. 사람에 대한 불안만 커간다. 누구를 믿기도 어렵고 맘 놓고 어디를 드나들기도 어렵다. 게다가 경찰에 사이버성폭력을 신고해도 가해자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불안감은 가시질 않는다.

몰카 피해자, 주로 여성

그런데 몰카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다. 몰카 범죄를 당한 피해자 2만6654명 가운데 여성은 84%, 남성은 2.3%다. 여성이 주로 몰카 피해자라는 사실은 두 가지를 말해준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 여성을 인격을 가진 동등한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팽배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성별권력관계가 매우 불균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경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힘을 기울인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성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다. 즉 몰카대책이 여성폭력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그냥 모든 몰카범죄는 나쁘다고 하는 것은 현실의 반쪽만 말하는 셈이므로 부족하다. 홍대누드모델의 나체를 찍은 몰카는 범죄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신속하게 범죄자를 잡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경찰이 갖춰야 할 태도다. 범죄 발생 12일 만에 범인을 잡은 건 잘한 일이다. 그런데 대표적 사이버성폭력의 사이트인 소라넷이 폐쇄되기까지 17년이 걸린 것과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그동안 숱한 몰카범죄의 가해자를 경찰이 못 잡은 이유는 무엇인지 묻게 되는 대목이다. 몇몇 언론과 경찰은 홍대누드모델 몰카 사건이 가해자를 특정하기 쉬워서이지 편파수사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도 미심쩍다. 여성이 당한 몰카 사건 중에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별일 아닌 것’처럼 취급하면서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라넷은 해외사이트라고해도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게 이유가 될 수 없다. 다른 강력범죄 수사하느라 몰카범죄를 수사할 여력이 없다는 변명도 결국 여성이 피해를 입은 범죄, 여성대상의 성범죄를 중요한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반증일 뿐이다. 경찰이나 검찰에게 피해자가 구속수사를 요청하거나 가해자의 휴대폰, 컴퓨터 등 모든 저장매체를 압수해 원본 피해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 쉽게 거절한다. 경찰에게 피해여성이 겪어야할 고통은 대부분 뒷전이었다. 결국 피해여성들이 직접 개인 돈으로 인터넷에 무작위로 퍼진 사진이나 영상을 지웠다. 그리고 몰카 영상과 사진으로 다친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개인 돈을 지불해야 했다. 피해자보호나 존중은 경찰이나 검찰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성 대결이 아니라 성차별

이러한 현실 탓에 대학로에 1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공정한 수사만이 아니라 몰카 촬영ㆍ유출ㆍ유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그런데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짚은 기사는 한겨레 신문의 <소라넷 폐쇄 17년, 홍대 검거 7일’ 혜화역 메운 분노>(2018.5.20)1)밖에는 없어 아쉬웠다.

한겨레는 몰카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며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동안 수사당국이 몰카범죄를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통계로 짚었다. 그리고 몰카범죄가 피해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보도했다. 반면 다른 언론은 홍대 누드모델 몰카와 몰카 편파수사 중단 집회가 남녀대결의 연장선에 있는 양 보도했다. 한국일보 <분노한 여성들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부당하다”>2)라는 기사가 그렇다.

 

   
5월 19일 혜화동 집회를 다룬 기사 검색 후 캡쳐

그런데 여성들이 홍대누드모델에 대한 경찰의 수사태도에 분노하는 이유는 그동안 경찰이 몰카를 비롯한 성범죄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지금 여성들의 분노는 남녀대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 범죄 수사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성폭력은 모든 사람의 문제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주로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홍대 남성누드모델의 고통을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여성피해자들의 고통도 이해하며 신속하게 수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할 때이다. 성차별적인 성폭력 수사는 우리 모두의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경찰과 검찰은 차별할 때 평등은 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성폭력 사건은 수사, 재발방지책, 피해자 보호 등의 전 과정에서 성별, 신분, 경제력, 성적지향, 학력 등을 고려해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 성차별 없이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여성이 많다는 점에서 성차별 없는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남성들이 대부분인 검찰과 경찰이 성인지적 감수성을 갖추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성차별적인 수사와 결론, 대책이 되기 쉽다. 이제라도 경찰과 검찰이 과거의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성평등교육과 반성폭력교육을 받고 성인지적 성폭력 수사방안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후 여성 몰카 범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안이한 수사태도, 담당 경찰과 검찰의 성인지감수성을 다룬 후속보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야 안이한 태도나 감수성 없음이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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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라넷 폐쇄 17년, 홍대 검거 7일’ 혜화역 메운 분노>(한겨레신문 5.20)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5444.html#csidx7770aa137ca1b6aadd6258b773adf65

2)<분노한 여성들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부당하다”>(한국일보 5.20)

http://hankookilbo.com/v/86d103518352407fa0fe52346948fe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