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 제주 4·3항쟁 7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노래들

제주 4·3항쟁
7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노래들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등의 책을 함께 썼는데, 감동받은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이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올해는 제주 4 · 3항쟁 70주년이다. 4 · 3항쟁 혹은 4 · 3사건이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해방 이후 분단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내전급 무장 항쟁이자 집단 학살이다. 신생 국가의 성격과 이념을 둘러싼 좌우의 격렬한 쟁투 가운데 하나였던 이 사건은 제주도 안팎의 수많은 양민들을 삶과 죽음의 갈림길로 몰아넣고 말았다. 결국 미군정과 이승만 세력의 승리로 끝난 4 · 3은 숱한 학살의 희생자들이 죽고 난 뒤에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침묵의 시간은 길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공식적인 노력은 그로부터 52년 뒤인 2000년에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제주도 안팎의 예술가들이 4 · 3의 잔혹함을 시, 소설, 미술, 노래에 담았으나 1987년 이전에는 입도 뻥긋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4 · 3항쟁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으나 광주민중항쟁을 비롯해 현대사의 다른 사건에 비해 관심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제주 지역의 예술가들은 꾸준히 4 · 3항쟁을 껴안고, 4 · 3의 진실과 의미를 묻고 또 물었다. 현기영의 소설이나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화가 강요배의 작품 등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4 · 3평화공원 역시 완전하지 않지만 정부 차원의 사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식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서울의 민중가수들, 4·3 70주년을 위해 모이다 

올해 4 · 3항쟁 70주년을 맞으면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비롯, 국내 곳곳에서 4 · 3항쟁 관련 행사들이 펼쳐진다. [제주4 · 3항쟁 70년 만의 편지-서울 민중가수들이 띄우는 노래] 음반도 그중 하나다. 이 음반은 그동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노래함으로써 기억하고 되새기게 했던 민중가요 뮤지션들이 4 · 3항쟁에 대한 창작곡을 만들어 담은 음반이다. 

 

음반에는 김성민, 류금신, 문진오, 손병휘, 안석희, 연영석, 우리나라, 이씬, 이수진, 임정득 이상 10팀의 민중가수들이 참여했다. 김호철, 꽃다지, 박종화, 박준, 안치환, 윤미진, 윤민석, 이지상, 조성일, 희망새 등 더 많은 민중가수들이 음반 콘셉트와 한정된 예산, 각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민중가요 진영에서 오래 활동했고, 현재 민중가요를 지켜가고 있는 이들이 한 음반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이 음반에 참여한 김성민은 민중가요 밴드 ‘천지인’에서 활동하면서 <청계천 8가>를 비롯한 명곡을 만들었고, 류금신은 ‘노동자노래단’ 이후부터 노동현장을 지키고 있다. 문진오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다 솔로로 데뷔한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2000년대 이후 민중가요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손병휘는 ‘노래마을’ 출신으로 촛불이 있는 곳에 늘 다정한 노래를 더하고 있고, 안석희는 ‘꽃다지’와 ‘유정고밴드’ 등에서 활동하면서 명곡 <바위처럼>으로 민중가요의 변화를 이끌었다.

 

연영석은 개성 있는 목소리로 신자유주의 시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을 만큼 호평받았다. ‘우리나라’는 반미, 자주통일을 노래하는 노래패로서 민중가요 노래팀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씬, 이수진, 임정득은 2000년대 이후 민중가요를 일구어가는 싱어송라이터들이다. 

 

살아남은 이들의 비통과 절망의 노래

그런데 4 · 3항쟁은 사건의 격렬함과 피해의 광범위함, 잔인함을 감안하면 계속 예술을 통해 기억하고 묻고 되새겨야 함에도 충분히 창작화하기 어려웠다. 안치환, 최상돈이 민중가요 진영에서 만든 노래 그리고 2014년 발매된 제주 4 · 3 헌정 앨범 [산 들 바다의 노래] 정도를 거명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음반은 음반에 참여한 민중가수들에게도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해야 했을 노래를 이제야 해낸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와 의미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다 해도 경험하지 못한 오래 전 사건이자, 국가 공식 기념일이 될 만큼 중요한 사건을 노래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음반의 제작 기간조차 충분히 길지는 못했고 제작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역사의 무게와 상황의 열악함이 게으름으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뒤늦은 70년 만의 노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음반에 참여한 민중가수들은 제주로 답사를 가 4 · 3의 시간을 만났다. 4 · 3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그 참혹했던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제주의 바람과 파도와 돌멩이에 묻어있는 피와 눈물과 통곡을 다시 만났고, 어느새 지나 가버린 70년의 시간을 넘나들었다. 4 · 3항쟁을 증언하고 복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예술가인 자신에게 다가온 사건의 의미와 이야기를 노래로 담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역사학자나 언론의 보도와는 다른 기록과 대화가 노래로 탄생했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의 비통과 절망이 노래가 되었고, 안타깝고 억울하게 져버린 목숨들 역시 노래가 되었다. 어떤 노래는 70년 전의 시간으로 곧장 돌아갔고, 어떤 노래는 70년 후의 오늘에 눈을 맞췄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추모하고 되새긴다 한들 역사는 바로잡거나 되살릴 수 없는 일. 그래서 노래는 오직 기록하고 증언하면서 잊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아픔과 고통을 나눠 짊어짐으로써 평화와 정의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자켓

● 문진오 <제주섬, 동백꽃, 지다>

● 연영석 <내 이름은 진아영>

● 이씬 <잃어버린 마을>

● 임정득 <기억의 방향>

● 우리나라 <아이야>

● 이수진 <이름을>

● 류금신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손병휘 <붉은섬>

● 김성민 <가매기 모른 식게>

● 안석희 <남쪽엔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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