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생활폐기물, 즉 쓰레기를 수집하고 운반하는 업무는 현재 대부분 민간에서 담당한다. 정부는 원래 공무원이 하던 업무를 민간에 용역을 주는 형식으로 넘겼다. 정부가 쓰레기 처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정책을 전면화 한 것은 IMF, 1997년 무렵이다. 예산 절감이 목적이었다.

독점

현재 전국에 생활폐기물을 수집, 운반하는 업체는 704곳이다. (환경부 집계) 업체들은 자기 권역이 있다. 지자체는 대부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발주한다.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현실적인 진입장벽이 워낙 높기 때문에 독점 체제는 유지된다. (관련기사 : 도시의 유령들 ②벼룩의 간) 704개 쓰레기 업체들의 사업 연수는 전국 평균 11.2년이다. 서울의 경우 27.6년이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평균 사업연수

세습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11개로 권역으로 나눠 11개 대행업체에게 쓰레기 처리 업무를 맡기고 있다. 11개 대행업체 중 9개는 31년 동안 대행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 연수가 가장 짧은 업체가 27년이다.

11개 업체 가운데 현대산업의 김모 사장은 아버지로부터 업체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퇴임한 뒤 감사로 취임해 업체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 한우실업 송모 사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고, 아버지는 감사로 재직 중이다. 중앙개발환경의 강모 사장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프리미엄

쓰레기 처리 업체를 대를 이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종의 프리미엄을 얹어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도 있다. 안양시의 A대행업체를 2016년 인수한 사장은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경우 홍모 씨 부자가 대를 이어 사업을 하다 사업권을 겼다.

(쓰레기 처리업체 인수 금액은) 1년 매출액보다 한 20~30% 정도 높다고 봐야 하나. 오래 사업을 한 분들은 프리미엄이 형성됐고. 일종의 권리금이라고 하나요. 여태까지 지자체에서 규제한다거나 한 적도 없고. 여태까지 다 그렇게 재산 형성 해왔고. 아는 사람, 친척분이라던가 뭐 친구분들이 인수를 해서 하기도 하고. 뭐 다 그렇게 해 왔어요.

안양시 A대행업체 대표

고정 이윤

안양시가 업체에 지급하는 용역비에는 환경미화원의 임금인 직접노무비와 관리직들의 임금인 간접노무비, 노동자들의 식대와 피복비, 수도비부터 도서인쇄비까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따로 10% 이윤을 보장해준다. 안양시의 경우 11개 업체에 보장해주는 이윤이 17억 원이다.

지자체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인 직접노무비와 4대 보험료를 제외하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 위탁수행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안양시 A업체의 경우 1년 용역비가 17억 원이다. 이 가운데 직접 노무비는 9억 원. 나머지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지자체도 알 수 없다. 일종의 영업 비밀이다. 이윤이 10%인지 그보다 적은지 많은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10% 이윤도 빠듯하다고 말한다. 쓰레기 처리 위탁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은 ‘옛날 말’이라는 거다.

이윤은 10%라고 돼 있습니다. 그 10%라고 해서 그것이 다 남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봉사도 하고 또 독거노인이라든가 뭐 소년소녀 가장이라든가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그런 걸 하기 때문에 이윤이 10%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서승원 회장/전국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협회

기자분. 제 차가 무슨 차인지 아세요? 20년 된 똥차입니다. 지금 노다지라는 말씀은 흘러간 얘기죠. 옛날 얘기입니다.

안양시 A 대행업체 대표

사장님의 월급

안양시 11곳의 대행업체 중 B업체의 2016년 5월 임금대장을 입수해 확인해 봤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150만 원 선.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 모든 수당을 을 다 합해 세전 평균 320만 원이었다. 이 위탁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는 주 5일 새벽 3시에 출근해 평균 10시간 넘는 노동을 한다. 토요일은 격주로 출근한다. 사장의 임금은 한 달 1,100만 원, 연봉 1억 3천만 원이었다.

▲ 안양시 B 대행업체의 2016년 5월 임금대장. 노동자의 임금(위)과 사장의 임금(아래)

취재진은 위탁업체 대표들을 만나기 위해 모두 4차례 업체를 방문했다. 사무실에 여러차례 전화도 걸었다. 하지만 만날 수도 통화도 불가능 했다. 모두 “외근 중이다” 또는 “거의 자리에 있지 않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통해 안양시 11개 위탁업체 현재 사장들의 거주지를 조사해 봤다. 11명 가운데 6명이 서울에 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4명은 압구정, 반포, 서초, 잠실 등 이른바 서울 강남권에 거주하고 있었다.

깨끗한 도시는 저임금으로

지자체는 사업주에게 사실상 독점을 인정해주고, 고정된 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임금은 보수적으로 산정한다. 안양시의 경우 초과근로시간 등을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가 없어서, 기본 8시간 근무로 계산한다. 초과 근로 시간은 일주일에 1시간도 채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노동보다 적게 계산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서는 만성적인 초과근로와 심각한 과노동이 발생하지만 지자체는 관여할 방법이 없다. 임금 총액만 노동자에게 전달된다면 문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깨끗한 거리, 쾌적한 도시는 민간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지탱이 되고 있다.

공사에서 (직접 고용한) 환경미화원과 대행업체의 격차가 연봉 1,400에서 1,600만 원 정도가 차이가 나요. 가로 미화원 청소는 더 납니다. 3,300만 원이 차이가 나요. 이것을 민간업체에 대행을 줬을 경우에는 직접노무비와 이윤을 봤을 때 1년에 24억 원 정도가 예산 절감이 됩니다.

서승원 회장/전국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협회

직영화?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은 3단계로 분류됐다. 정규직 전환 여부를 향후 판단하겠다는 말이다. 현재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직영화(지자체 직접 고용)를 요구하고 있고, 사업주 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직영화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만일 직영화가 됐을 경우 서비스의 질이라든가 또 인건비 상승이라든가 효율성의 문제라든가 이런 예산 낭비라던가 이런 것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정부에서 강압적으로 직영화(추진 정책)를 계속 유지한다면 협회 회원사들 모두가 이것에 대해 어떤 행동도 불사하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승원/전국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협회 회장

직영화다 뭐다 한 다음에는 노조에서 가만두겠습니까. 당연히 조직화가 되죠. 거기도 이제 귀족노조가 될 것이고. 청소노동자들이 뭐 전국에 오천 명이다 만 명이다 그러면 얘네들이 대한민국을 꽉 쥘 텐데. 한 분야를. 기업노조들은 뭐 직장 폐쇄라든가 폐업이라든가 뭐 망할 수 있지만 이건 망할 수 없잖아요. (쓰레기는) 치워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안양시 A 대행업체 대표

사업주 단체에서도 엄청나게 반발이 있고, 저희가 강행했을 경우에 사업주 단체에서는 청소차를 다 세우겠다, 그럼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 거고. 청소차를 다 끌고 국회로 가겠다, 이 정도로 반발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걸 밀어부쳐서 할 상황도 아니고…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

취재: 이정호, 김새봄
촬영: 신영철
CG: 정동우
편집: 윤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