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무력화’에 앞장선 언론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최저 임금 무력화에 앞장서거나 편승 또는 따라가는 보도의 문제를 짚어냅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과 자본이 모두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얼핏 보면 균형을 맞춘 것 같지만 사실 ‘자본’의 눈과 귀로 세상을 본 것이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노동할수록 가난해지는 구조, ‘임금’님이 바꿔낼 수 있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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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무력화’에 앞장선 언론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

 

2004년 여름, 고려대학교 청소용역업체 경쟁입찰 자리에 참석해 발언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학생모임의 대표였고, 그때는 노조 설립이 임박했었다. 노동자들은 매년 소속회사가 바뀌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지금도 그렇다). 이들은 새벽 5시께 출근해 400~500평을 청소하고, 햇볕 한줌 들지 않는 쉼터에 몸을 뉘었다. 월급은 5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청소 업무는 상시지속업무이기 때문에 응당 원청인 고려대가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학교는 또 다시 외주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청소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냈다. 그러면서 학교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신들의 회의에 학생모임 대표를 초대한 것도 그 이유였다. 학교는 ‘365일 깨끗한 캠퍼스’를 원했다. 입찰에 응한 업체들은 그날 “우리는 왁싱 기계가 2대 있다” “한 달에 한 번 유리창 청소를 하겠다”는 식으로 학교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그리고 모든 업체들이 일제히 당당하게 밝혔다.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겠다.” 고작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이 이야기하는 ‘노동조건 개선’이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사용자 책임이 멀어진 현장과 직업일수록 저임금이고, 장시간이고, 고강도다. 이 현장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이러려고 도입한 제도가 아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 1988년 시행됐다. 그렇지만 취지와 달리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왔다. 정부와 재벌 대기업과 상위 1%는 부를 제대로 배분하지 않은 것이다.

그새 비정규직, 격차, 불평등의 문제는 임계점이 넘어버렸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정규직 취업을 향한 경쟁과 스펙과 자기-착취의 사회가 만들어졌다. 청년실업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중장년층은 대책 없이 노후를 맞는다. 99%의 대다수는 갑질을 당하거나 저임금에 허덕이거나 성과에 매달리며 산다. 그리고 로또와 부동산과 가상화폐로 요행을 바란다.
 

   
민주노총과 전국 600여개 노동 시민 사회단체가 결합한 만원행동이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7. 5.27 청계 광장)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합의이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장기저성장’ 국면이고 ‘긴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와중에 우리 사회 시민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최저임금 만원’은 그래서 사회적 요구로 등장했고, 그래서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한 정치세력 역시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고 재확인했다.1)

최저임금은 재벌 대기업부터 영세자영업자, 저임금노동자가 얽히고설킨,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규제와 관행과 문화를 그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약탈에 가까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수료 정책, 원-하청 단가 후려치기, 과도한 임대료 인상,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같은 것들을 함께 손보며 사회적 합의의 내용을 채우고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때 아닌 망국론을 편다. 최저시급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약 천원 올랐을 뿐인데 재계와 보수언론은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이 신문들만 보면 마치 기업들은 줄도산하고 중소영세자영업자들은 하루아침에 망할 판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봐야 할 경비, 청소, 편의점 노동자들이 해고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자본과 보수언론은 주장한다. 목적은 하나,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하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의지를 꺾는 것이다.
 

   
조선일보 1월10일 1면 <최저임금 지원금 3조... 노사 대부분 "안 받고 말지">

일례로 조선일보는 1월 10일치 신문에 최저임금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라거나,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실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불신하고 자꾸 정부의 보이는 손만 동원하면 부작용만 낳게 된다”며 “지금 앓고 있는 병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근본 처방이자 문제를 푸는 정석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1월10일 사설 <임대료 탓은 그만...최저임금 속도 조절로 푸는 게 정석>

그렇지 않아도 자본은 온갖 꼼수를 써가며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중이다.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임금 인상을 최소화한 사업장이 수두룩하다. 신세계는 7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대학들은 풀타임노동자의 빈자리를 시간제 노동자로 채운다. 특수고용과 간접고용 부문에서는 노동시간이 아닌 건수로 수수료와 임금을 지급하는 ‘성과주의’가 판을 친다. 이런 것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합의를 깨는 ‘적폐’다. 우리 사회 영향력 있는 ‘유력일간지’ 기자들이 발굴할 것은 이것들이다.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국가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빈곤은 국가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임금(wage)으로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과제를 시작했다. 지금 과제를 할 마음이 없는 것은 자본과 자본의 언론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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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문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반드시 해야…영세업자 어려움 최소화"(연합뉴스 2018/01/08 15:27)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올해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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