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 사업장 엄벌로 다스려야

김현호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

   
▲ 김현호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

추석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MBC 전·현직 사장들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조사하고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MBC 전·현직 고위임원들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을 넘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탄압하고, 각종 부당해고·부당전보를 자행한 이들에 대한 엄벌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과거 ‘마봉춘’이 다시 돌아오길 응원하는 국민 역시 MBC본부 등 언론노조 파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방송사노조 파업에 대한 촛불국민의 지지와 따뜻한 시선이 일반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의 요구와 파업에는 극단적 혐오와 시기 어린 눈초리로 변한다. 이런 태도는 기간제 교사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으며, 70%에 달하는 지지도가 이를 보여 준다. 반면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대기업노조는 새 정부 개혁을 발목 잡는 적폐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들의 투쟁은 그 본질보다는 기득권 세력의 이권다툼으로 다뤄진다. 사실 이런 시각이 전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대기업노조의 임금·단체협상이 하청업체 간 이익분배 또는 중소기업노조의 권리신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대기업노조 조합원들의 연봉을 떠올릴 때 일반 국민의 눈에는 그들이 수혜자로 보일 뿐이다. 삼성 재벌가 총수가 구속되는 현실을 목도한 국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인식을 갖췄는데, 대기업노조의 활동은 일반 국민 눈높이에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때늦은 한탄이 아니길 바란다.

서론이 길었다. 국민소주 ‘참이슬’과 ‘하이트맥주’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2017년 임단협 결렬로 추석 전 파업에 돌입했다. 진로소주노조와 필자와 연을 맺고 있는 하이트맥주노조는 지난달 25~28일 파업을 한 데 이어 같은달 29일부터 법정근로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파업기간이던 지난달 28일에는 회사쪽이 “생산 효율화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3개 맥주공장(강원·전주·마산) 중 한 곳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노사갈등이 악화 일로다. 올해 4월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추진하지 않기로 노사합의를 했지만, 공장 매각시 공장 간 인력 재배치 등으로 자연스레 인력 구조조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두 노조의 파업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종료 이후 두 노조는 다음날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에 이어 법정근로시간만 근무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회사쪽은 같은달 22일께 하이트맥주노조 영업지부 조합원 400여명 중 100여명을 소위 ‘협정근로자 및 필수요원’으로 일방 지정했다. 회사는 이들에게 “파업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협정근로자 및 필수요원 지정 통보서’를 보여 주면서 수령확인서에 자필서명을 요구했고, 거부시 사유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파업에 돌입한 후에는 필수요원으로 지정된 조합원들에게 업무복귀를 촉구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협박하는 통지서를 보냈다.

급기야 파업 2일차 때에는 전 조합원에게 ‘파업이 3일간 지속될 경우의 임금손실액’을 문자로 보냈다. 임금손실을 감수하기 싫으면 빨리 파업을 풀고 복귀하라는 것인데, 이를 단순한 통지로 볼 수 있을까. 투쟁 경험이 없었던 일선 현장에선 파업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회사는 추석기간 중에 두 노조의 준법투쟁을 무력화하고자 연휴기간 내내 마산·전주공장의 비조합원과 간부사원에게 강원도 홍천 맥주공장에서 대체근로를 하라고 지시했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협정근무자는 “총무·인사·경리·회계에 근무하는 조합원 중 조합이 통보한 자”로 표시돼 있으며, 그 외 공장 내 안전보호시설과 원료부패 방지 등을 위한 엄격히 제한된 인원으로만 명시돼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8조와 42조에서도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최소한 범위에서 제한하기 위해 ‘원료·제품의 변질·부패 방지작업’과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과 관련한 업무에서만 쟁위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정하고 있다. 물론 회사가 지점별 필수요원으로 명시한 하이트노조 영업지부 조합원 100여명은 단체협약에 따른 협정근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조법에 따른 안전보호시설 내지 원료부패 방지업무 종사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회사는 마치 필수공익사업장인 양 필수요원을 임의로 지정하고, 이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양심의 자유마저 짓밟고 있다.

이 같은 회사의 불법행위와 부당노동행위로 두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협정근무자 및 필수요원’으로 일방적으로 지정된 조합원들은 회사 처우가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파업 참가를 망설이는 실정이다. 파업 현장에 나온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에게 이런 사실을 고지했으나 아직 묵묵부답이다.

대기업노조가 적폐라는 고까운 시선은 잠시 거둬들이자. 이들 역시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과 기본권을 공평하게 누려야 하며,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두 노조가 뜻한 바를 성취한 다음, 그 이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자. 결론은 간단하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은 그 누구도 차별 없이 지금 당장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김현호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