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쓸데없는 금전보상제

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

   
▲ 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

‘금전보상제’라는 제도 도입 전까지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은 원직복직뿐이었다. 그러다 2007년 7월부터 부당해고를 한 사업주 형사처벌 삭제, 이행강제금 신설과 함께 부당해고된 노동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원직복직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는 금전보상제가 시작됐다.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는 "징벌을 통한 규범적 통제방식에서 구제를 통한 실질적 회복으로 전환함으로써 부당해고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고 싸움 과정을 보면 사용자와 노동자가 이유서와 답변서를 통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이기는 데 집중하다 보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노동자가 "해고의 억울함은 풀고 싶지만 다시 그 회사를 다닐 자신은 없다"고 하는 경우에 금전보상제도는 쓸모가 있다. 그럼에도 시행된 지 한참이 지나도록 선뜻 이 제도를 쓰지 않았던 이유는 “신청취지를 처음부터 금전보상으로 하면 각하된다”고 하는 괴담 때문이기도 했다. 제도 취지상 그 괴담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의뢰인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 금전보상을 신청하더라도 일단은 원직복직으로 신청하고, 뒤에 ‘금전보상’으로 신청취지를 바꿔 일단 괴담에서 말하는 상황은 피해 갔다. 그 후 금전보상제도를 더 공부하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 2009부해471 판정문을 보게 됐다. 판정문은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사건 기록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근로자의 신청취지는 원직복직에 있지 않고, 금전보상 등의 청구에 있다 할 것인 바, 이는 ‘구제신청의 내용이 노동위원회 구제명령 대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고 (중략) 각하함이 타당하다.” 맙소사. 괴담은 근거가 있었던 거다.

금전보상제의 문제는 사실 그 다음에 있다. 원직복직을 신청한 것과 달리 금전보상을 신청하면 해고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임금상당액 이상’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 매뉴얼은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사건 수행에 소요된 비용, 부당해고에 따른 위자료, 해고되지 않고 계속 근무한다면 받을 수 있는 장래의 기대수익(퇴직금 등)이라고 안내한다. 그런데 실제는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이상=임금상당액’, 딱 그 금액만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논문과 자료를 찾아보니 1개월 동안의 구직비용·교통비 등을 인정한 사례가 제도 시행 초기에 있었던 경우도 발견되나, 시간이 흐를수록 ‘임금상당액 이상=임금상당액’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는 ‘임금상당액 이상’이 ‘임금상당액’보다 적은 경우도 발생한다. 금전보상제를 신청한 노동자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용되면 판정서 주문에는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해고일로부터 이 사건 판정일까지 이 사건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포함한 금 ○○○만원을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일 이내에 지급하라"고 금액과 지급시기를 쓴다. 사용자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초심을 취소해 달라”고 재심을 신청하고 중앙노동위에서 사용자 재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초심유지’결정을 할 경우 재심판정까지 기간이 더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초심주문에서 정한 바로 그 금액이다. 만약 이 노동자가 ‘원직복직’이라고 신청취지를 냈더라면 재심절차에 걸린 기간까지 ‘해고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에 계산되는데, 금전보상은 처음에 인정받은 초심 심문회의일까지로 고정되니 결과적으로 ‘임금상당액 이상’이 ‘임금상당액’보다 적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보상 신청이 쓸모 있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기간제 근로자가 해고된 경우 해고를 다투는 과정에서 기간이 만료되면 원직복직 명령을 할 수 없지만 원직복직이 아닌 금전보상은 구제이익이 있지 않을까? 금전보상제도를 잘 모를 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금전보상제도는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 노동위원회가 이에 갈음해 금전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원직복직이 애초에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부당한 해고로 판단되기 이전에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구제실익이 없고, 또한 금전보상명령 신청에 대한 수용 여부도 더 이상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제방식을 다양화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금전보상제. 취지만 봤을 때는 쓰고 싶었는데 알면 알수록 더 쓸모가 없어지는 금전보상제. 지금이라도 취지에 맞게 다듬어야 쓸모가 생기지 않을까?

이상미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