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상당수 국내 언론사들이 수년 동안 원자력 관련 홍보성 기사를 쓰고 한국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로 드러났다. 협찬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기사를 게재했지만 대부분 협찬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특정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매매한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나면서 언론사의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35개 언론사, 123건의 협찬기사에 7억 3,460만 원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정보 공개 자료와 국회 제출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국내 언론사 35곳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협찬을 받고 원자력 관련 기사 123건을 게재했으며 그 대가로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모두 7억 3,46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2012년부터 13년까지 2년동안 국내 언론사들이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매매하는 행태를 폭로한 바 있다.(기사 1건의 천만원… 핵마피아에 기생하는 신문(2014.10.11))
협찬금을 많이 받은 언론사는 조선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 에너지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순이었다. 조선일보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원전 관련 기사 8건을 쓰고 1억 1,1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는 같은 기간 8건의 기사를 게재하고 1억 1,000만 원을 받았고, 동아일보는 기사 6건을 작성하고 7천 6백만 원을 받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13건의 기사를 게재하고 7천 5백4십만 원을 받았으며, 매일경제신문은 3건의 기사를 쓴 뒤 4천 5백만 원을 받았다. 이밖에도 파이낸셜뉴스, 디지털타임스, 전기신문 등 경제 및 에너지 관련 전문지들이 협찬금을 받고 원전 홍보 기사를 실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 한 건당 받은 협찬금은 최소 55만 원에서 최대 2,200만 원이었다. 건당 평균 597만 원이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언론사의 인증 부수와 광고 집행 요금을 참조해 기사의 배치 면과 분량에 따라 협찬 금액을 정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돈을 받고 작성되는 이른바 ‘협찬기사’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필요한 기사의 기획을 언론사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돈을 받는 조건으로 재단의 의도에 맞게 기사를 작성하는 식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언론사에 특정 주제의 기사 게재를 제안하고 언론사가 이를 수용할 경우 협찬 기사 작성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협찬금을 받고 작성한 123건의 기사를 분석했다. 단순 홍보성 기사와 정보를 담은 기획성 기사로 분류했다.
단순 홍보성으로 분류된 기사는 47건이었다. 대부분 원자력문화재단의 행사나 동정을 담거나, 재단 이사장의 기고문이나 인터뷰와 대담 내용을 게재한 기사들이었다. 반면 기획 기사 형태로 원전 관련 정보성 내용을 담은 기사는 66건이었다. 정보성 내용을 담은 기획성 기사가 더 많았다. 나머지 10건은 분류가 쉽지 않아 보류했다.
기획성 기사 66건을 내용별로 정리했다.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한 기획기사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원전이 저렴한 에너지원이고 중요한 수출산업이라는 내용 등 원전의 경제성을 강조한 기사가 16건,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내용 등을 강조한 기사가 14건이었다.
협찬받았다는 별도 표기 없고, 일부 기사 재단 로고 등의 표기만 해놔
단순한 홍보성으로 분류된 기사나 기획성 기사 모두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지한 경우는 없었다. 대신 단순한 홍보성 기사의 경우 대부분 기사 본문에 원자력문화재단의 로고 등의 표기만 해놨다. 로고 등의 표기를 통해 협찬받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정보를 담은 기획성 기사의 경우, 기사 본문에 원자력문화재단의 로고를 싣거나, ‘원자력문화재단과 공동으로’라는 표현을 통해 이른바 협찬 기사라는 점을 알리는 기사는 단 2건에 불과했다. 대다수 기사들은 돈을 받고 작성했음을 암시할만한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고 있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협찬금 수령액 상위 3개사인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동아일보에 질의서를 보내 언론기관으로서 돈을 받고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가 적절한 것인지, 협찬금을 받고 또 기사를 작성하면서 협찬 고지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나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협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돈을 받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자칫 독자들에게 일방적이고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협찬 기사에 협찬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독자를 속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이 돈을 지원하거나 협찬을 해서 기사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하면,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 기사가 기자가 정말 기자적 양심을 가지고 객관적인 기사를 썼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거는 독자를 속이는 거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렇다면 이들 협찬 기사는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작성된 것일까? 제작진은 원자력 전문가인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과 함께 기사의 내용을 분석했다.
2017년 3월 14일자 동아일보 기사,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1천 100만 원을 받고 작성된 협찬기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일본이 화력발전을 늘리면서 2010년 대비해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2% 증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자료의 근거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제공한 것으로 나온다.
취재진이 원자력문화재단의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 2010년에 비해 2014년 일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매년 배출량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200만 톤과 2,900만 톤이 감소했다. 결국 2012년을 기준으로 볼 때 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경영총괄실에 기사의 작성 경위에 대해 답변을 요청했다. 해당 기자는 현재 특파원으로 뽑혀 외국에 나가 있었다. 동아일보 측은 이에 대해 담당 기자가 추가 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했으며, 특정 프레임 속에서 던지는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22일자 조선일보의 기사 ‘원자력 안전 Q&A’다.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1천 100만 원을 받았다. 이 기사에는 한 지역에 여러 개의 원전이 모여 있더라도 위험성이 증가되지 않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안전하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지역에 여러 개의 원전이 모여 있을 때 위험성이 더 증가된다는 사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또 2013년 캐나다는 원전이 밀집한 경우 방사능 유출 피해나 사고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수 원자로 위험성 평가기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2014년 12월 25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스튜어디스와 핵시설 근무자 중 방사선 더 많이 쬐는 사람은?’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인근 지역의 방사선 노출량은 10시간 체류했을 경우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3회 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선 피폭의 위험도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연간 노출량으로 환산하면 국내 안전기준치의 180배나 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다. 매일경제의 기사는 이 점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문제의 이 기사는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1천 500만 원을 받고 작성됐다.
언론기관이 원자력 홍보기관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홍보 기사를 작성해 온 행위는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언론의 기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형성 과정에도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언론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언론은 정보를 국민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여론 형성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기관이고 통로란 말이에요.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취재작가 : 김지음
구성,연출 : 남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