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가 KBS MBC 총파업 투쟁이 ‘우리 모두의 승리’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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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BS·MBC 총파업, “우리 모두 승리했다”는 기록으로

다시 공영방송을 이야기해야 할 때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KBS·MBC 총파업이 D-day를 향해 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9일 93.2%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거대 공영방송의 동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MBC 총파업은 송출인력을 제외하지 않는 무기한이라는 점에서 배수진을 친 격이다. ‘5년 전과는 달라야 하는데…’라는 걱정이 앞선다.
 

   
 

2012년 KBS본부와 MBC본부는 김인규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라는 목표를 내걸고 170일, 95일이라는 기록적인 파업을 단행했다. 그러나 뉴스는 급속도로 친정부화 됐다. 그 과정에서 관리감독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 단체협약 상 종사자들의 대표가 참석할 수 있는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사측에 의해 열리지 못했다. MBC는 무려 5년째 무단협 상태다. KBS이사회와 MBC 대주주이자 경영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정권에 입맛의 맞는 인사들로 채워졌고 사태를 방치했다. 방송정책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는 무력했다. MBC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됐고 다수 승소하고 있지만 ‘전략적 봉쇄 소송’ 성격의 항소·항고로 야속하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결과는 참담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기자들은 보도국 내 주요부서로 인식되는 ‘정치팀’, ‘법조팀’ 등에서 배제됐다. 아나운서들은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당했고 <PD수첩> PD들은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았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이우환 PD가 스케이트장 눈을 치우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기자·PD들에게 샌드위치 만들기 교육을 받도록 했던 ‘신천교육대’의 치욕을 기억한다.

KBS도 달라진 건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청와대의 보도·인사 개입이 그것을 말해준다. 당시 KBS에서는 재차 총파업이 진행됐고 길환영 사장 해임안이 이사회에서 가결됐지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KBS이사장에 뉴라이트 이인호 씨가 자리 잡게 된 것. 그 후, KBS 보도는 ‘이념적’으로 더욱더 망가졌다. <훈장> 불방사태가 그 대표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무엇이 달라졌나

KBS MBC의 관리감독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방송정상화로 연결되지 않았던 2012년 파업. 하지만 변화가 생겼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이 바뀌었다. 이효성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방송정상화”를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도 MBC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특별관리감독에 나섰다. 국회도 주도권이 바뀌었다.

달라지지 않은 건, KBS MBC의 점령군들뿐. MBC 사측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께 묻습니다’ 제목의 보도 자료에서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했다. KBS 경영진은 “사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에 의해 사장이 교체되는 것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소모적인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지를 경험으로 더 잘 알고 있다”, “현 KBS 사장은 2014년 여야 합의로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채택을 거쳐 임명되었고, 법에 정한 임기를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시청자위원회 구성에서 박근혜 탄핵심판 변호인을 맡고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성욱 씨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던 전경련의 배상근 전무, 서울시의원 재직 당시 돈 봉투를 받아 벌금형 선고를 받았던 하지원 씨를 뽑았다는 것에서 정상화 의지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KBS 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또한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MBC 총파업을 앞두고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200여 명이나 늘어난 이유 그리고 총파업 가결 투표에 최대 인원이 동참(1758명 중 1682명)해 사상 최고 비율 93.2%(1682명 중 1568명 찬성)로 가결됐다는 사실을. KBS 양대 노조와 직능협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8%가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찬성(이인호 이사장은 90%)한 결과를. 현재 KBS· MBC에서 간부들마저 사장에 “용퇴”를 촉구하며 보직을 내려놓고 있다. 김장겸 사장 그리고 고대영 사장은 이미 조직의 통솔 능력을 잃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김장겸 고대영 본인들에게 있다.

눈여겨볼 판결문도 있다. 2014년 KBS 길환영 전 사장과 관련해 이사회는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 능력 상실 △부실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경영 실패와 재원 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을 물어 해임시켰다. 그 후, 법원은 ‘직무능력 상실’과 ‘세월호 오보 책임’ 2가지를 인정해 해임 정당 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 판결 또한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부당 해고’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사장과는 사정이 달랐다는 것이다. 공영방송 점령군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판결문이다. 과연, 고대영 사장과 김장겸 사장이 이사회에서 해임된다면 어느 쪽에 가까울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JTBC 보면 되는데….

KBS MBC 총파업은 되돌릴 수 없다. 남은 건, 지지하느냐 아니면 방관하느냐의 선택지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공영방송의 책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JTBC-한겨레-경향신문만 보면 된다’는 냉소가 없지 않다. 지난 기간 KBS와 MBC에서 정권을 옹호하는 리포트를 수없이 쏟아냈어도 시민들은 국회 구성을 바꿔 냈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공영방송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과 신뢰도는 줄었다. 최근 MBC 애국뉴스를 보며 ‘차라리 없애라’는 분풀이성 요구들도 넘쳐난다. 그들의 분노를 이해 못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관용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는 방송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KBS에 대해서는 수신료를 내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인다. 그 결과로 그냥 버리는 셈치자가 아니라 시민들의 방송에 대한 권리를 더 요구해 달라고 설득한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KBS MBC 총파업은 ‘적폐’ 사장을 내쫓는 투쟁으로 끝나선 안 된다. 시민들의 방송에 대한 권리가 실현되는 투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보도가 좋아지면 떠난 시청자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대체할 미디어가 많다. 뉴스를 포함한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공익성은 물론,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확장적 사고가 필요하다. KBS MBC 공영방송 내 조직적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방송사 내 비정규직 대우 등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독립PD 등의 관계에서 제작비 후려치기 등 ‘갑질’ 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한다. 사회적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으로 시민들 위에 군림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종국에는 시민들로 하여금 ‘진짜 공영방송을 되찾았다’고 느끼도록 한 걸음 더 나가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2017년 9월, ‘KBS MBC 총파업’은 한 줄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남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 승리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