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23일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입장을 결정했다. 긴 논의 끝에 나온 중집 입장은 한마디로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경쟁과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과 협력의 참교육을 지향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싸웠고, 바로 그 때문에 정권의 모진 박해를 받았던 전교조! 그래서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과 광범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았던 전교조의 주장과 실천! 결정문을 읽는 순간 그 전교조가 내린 결정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집의 입장은 참교육 이상과 거리가 멀고, 노동자 운동의 대의도 무시한 것이었다.
2.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와 초등 스포츠강사의 경우, 제도 폐지를 선명하게 요구하면서도 “고용과 처우”는 “정부와 당사자가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했다. 이것은 법원 판결, 국가인권위원장의 권고안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결정이다.
이 강사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사력을 당해 투쟁해 온 것을 감안하면, 중집의 시간은 수년 전 제도 도입 때에 멈춰 있다. 지나치게 둔감한 결정 속에서 인정 없는 쌀쌀함마저 느껴진다. 나쁜 제도일지라도 그 제도 안에 사람이, 그것도 동료 노동자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매정함 말이다.
이 결정대로라면, 전교조는 비정규직 강사들의 고용 안정 요구에 대해 ‘정부와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그들의 투쟁을 수수방관하게 될 것이다.
또, 비정규직 강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차별은 고용 차별인데, 정작 그 문제는 침묵하고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한다”는 “원칙”을 표방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3. 중집은 기간제교사들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고용 안정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전원 정규직화는 안 되고, 정원 외 기간제교사들에 대해서만 고용 안정을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같은 기간제교사가 이 학기에는 정원 내로, 저 학기에는 정원 외로 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결코 고용 안정 요구 대상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또, 누군가 개탄했듯이, 전교조가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기관’도 아닌데 이런 ‘정책적 해결책’에 열중하면서 정작 투쟁 속의 연대를 방기하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이런 안은 기간제교사들을 심각하게 분열시킬 수 있다. 휴직·대체(정원 내)와 상시·지속(정원 외)을 나누고 둘에 대해 차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싸우기도 전에 기간제교사 운동이 갈갈이 찢어지게 될 것이다. 운동이 분열하면 운동 참가자들 사이에서 환멸과 낙담이 커질 것이고, 정규직화 요구 성취는 요원해질 것이다. 전교조 중집의 ‘현실론’이 위험한 까닭이다.
오랫동안 진보적 교육 변화를 위해 투쟁해 온 전교조라면, 마땅히 이제 막 새롭게 비정규직 운동 대열에 동참한 기간제교사들의 운동을 고무·찬양·지지·연대하는 것이어야 하지, ‘뭘 몰라서 전원 정규직화 요구하는 모양인데’ 하는 식으로 타박하고 단속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연대하여 투쟁”하는 자세가 아니다.
4. 전교조 중집은 형평성을 이유로 비정규직과 예비교사를 이간질시키는 조합 안팎의 보수적인 여론을 크게 의식하며, 노동계급의 단결 원칙보다 노동조합 조직 보존(조합원 탈퇴 차단)을 선택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동계급 단결 원칙을 해당 부문에서 구현하는 조직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노동조합 기구 보존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계급의 단결을 옹호하지 못하면 노동조합의 결속력도 약화될 것이다.
비록 중집이 실망스러운 결정을 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지지하고 실천하려는 조합원들이 전국에 있다. 우리는 이 조합원들과 함께 기층에서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의 정규직화 요구 지지 운동을 구축하기 위해 더한층 노력할 것이다.
지금 기간제교사들은 정규직화 지지 서명을 받는 중이고(http://bit.ly/기간제교사정규직화), 토요일(26일) 오후 5시 30분에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할 계획이다(‘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촉구 전국기간제교사연합 2차 집중집회’)
이런 활동들에 더 많은 전교조 조합원들이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2017년 8월 24일
노동자연대 교사모임
정규직 전환하라!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촉구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2차 집중집회
일시: 8월 26일(토) 오후 5시 30분
장소: 서울 정부청사 정문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