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치료제? 황우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식약처도 적폐라면 적폐다. 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조직을 꼽으라면 단연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꼽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조직은 명칭과 달리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허가를 받고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총 6종인데 그 중 우리나라만 무려 4종의 치료제가 소위 ‘줄기세포치료제’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4품목은 2011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사이에 허가된 제품으로 모두 이명박 정권의 말기와 박근혜 정권 초반기에 허가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가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전 세계가 인정해주는 약은 아니고 우리나라만 그렇게 부른다. 그야말로 셀프 훈장인 셈이다. 위에 언급한 한국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 라는 약이다. 이 약은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 제품으로서 급성심근경색환자에게 사용하도록 2011년 7월 줄기세포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가 지난 주 이 ‘전 세계 최초’라는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품목허가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회 투약비용이 세금 제외하고 무려 1800만원! 비싸도 우라지게 비싼 약이다.

이렇게 할 거면 뭐하려고 시판후조사(PMS)를 만들어놓았는가?

약이 허가를 받고 시판되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각 단계의 임상을 거쳐야 하며 그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약은 이렇게 임상과정을 거쳐서 개발되었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제한된 임상으로는 그것이 갖는 문제를 모두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해 상황 및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사례를 더 조사하기 위해 일단 시판을 허가하고 환자들에게 장기간 투약하게 하여 안전성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약에 대한 시판허가를 재심사하게 된다. 이것이 시판후허가(PMS)라는 재심사제도이다. 이 제도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더 강화되는 추세이다.

위에 언급한 하티셀그램-AMI 역시 2011년 4월 허가 이후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6년간 600례의 시판후조사(PMS)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허가가 취소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조사 증례수를 1/6인 100례로 줄여주면서까지 허가를 해준 것이다. 

전 세계에서 줄기세포치료제의 이름을 달고 개발하고 있는 약들이 개발과정에서 대부분 번번이 좌절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투약 받은 줄기세포가 종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하티셀그램이 임상 이후 실시한 추적조사에서 임상약을 투약 받은 17명 중 2명에게서 대장암이 보고되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이다. 이렇게 악성종양과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임상을 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악되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 시판후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걸 식약처 자신들이 만든 기준을 주관적 잣대로 맘대로 주물럭거리고 할 바에야 저런 시판후조사 같은 재심사제도를 왜 만들었냐 말이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전 세계 최초’라는 말 좀 쓰지 마라.

작년에 나는 화상환자들에게 쓰는 세포치료제 ‘케라힐-알로’와 관련한 제반의 문제제기를 했었다. 당시에는 이미 식약처 허가를 끝내고 심평원의 보험급여 여부와 약가를 심사하는 과정이었기에 심평원과의 접전이 중요했지만 사실 그 약도 더 따지고 보자면 임상시험 단계부터 문제투성이로 점철된 약이다. 결론적으로 이 약 같지도 않은 약을 허가해준 곳이 바로 식약처이고 이 식약처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 제공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의 정의가 과학적으로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우리 식약처는 이런 문제를 과학적으로 모두 해결을 보았는지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치료제’허가를 외국에까지 알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제반 나라들은 그저 여러 세포치료제 중의 하나 정도로만 다 생각하고 있을뿐더러 소위 선진국이라는 어느 나라도 그 세계 최초의 약을 자국에서 허가해준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설령 어떤 국가의 보건 당국에서 콜이 오더라도 지금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성적과 시판후조사의 내용으로는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은 식약처에 거꾸로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식약처! 당신들의 허가 기준은 그럼 뭐야?”

나는 식약처가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그간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시장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모든 약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허가되고 시판된 것들이다. 이런 시류를 타고 식약처의 관료와 해당 실무자들이 제약사와 한 몸으로 굴러간 것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보이는 비상식적인 심사와 허가의 행태를 모두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있어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함께 쫓는 방향으로 갈 모양이다. 수익성은 그렇다 치고 그는 "기술발전과 산업변화에 발맞춰 국제수준의 합리적 규제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단다. 다름 아닌 ‘국제수준의 합리적 규제방안’이란다. 그렇다면 지금 허가 받은 약들은 다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텐데 지금 식약처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가 헐렁하게 허가해준 약을 아무리 세계 최초라고 해봐야 국제 사회에서는 그냥 ‘아무 관심 없음’일 뿐이다. 지난 5월 18일 한 보건의료전문지 기사에 중앙약제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이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인 만큼 품목허가가 취소된다면 국가 위신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말한 것이 나왔다. 제약회사나 말할 법한 씁쓸한 발언이다. 국가 위신이라니? 국가 위신은 허가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뒤늦게나마 바로 잡고 규정대로 허가를 취소해서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혈세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나마 바로 서는 것이다. 그간 이렇게 못했기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들이 우리나라를 국제적 호구로 보는 것이다. 황우석 사건 때 도대체 뭘 보고 배운 것인가! 세계 최초라는 말도 창피하고 그걸 뒤늦게나마 알고 취소하지도 않는 그 행태는 창피함을 넘어서 이제 전 세계적으로 쪽팔린다.